●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지음
이재원 옮김, 새물결.


요사이 젊은 세대 여성들은 왜 어머니 되기를 주저하는가? 이것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얼마 전 보도를 접했을 때
누구나 한번쯤 떠올렸을 질문이다. 산업화된 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경향은 일반적이지만, 또 다른 편에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이를
가지려는 이들 또한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에서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은 이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는 현상들을 근대화라는 커다란 역사적 흐름 위에 배열해
놓고 있다. 울리히 벡과 공동 저술한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등으로 이미 우리에게 소개된 바 있는 그녀는 이 책에서
근대 초기에서부터 현재, 더불어 독일 통일 후 동독 여성에 이르는
모성에 대해 사회사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 마디로 저자의 입장은
모성은 자연적이거나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아이가 갖게 될
의미를 심사숙고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지금도, 여성이 아이를 가지기로
결정할 때에는 사회적인 활동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보다 많은 가사일을 가전제품과 식품시장이
대신한다고는 하지만, 육아는 어머니의 활동시간 대부분을 요구할 만큼
아이 중심적 교육 방식으로 '전문직화'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해, 농약식품, 사회적 범죄 등 적대적인 환경에서 아이를
제대로 기르는 일은 여성의 전력을 요구한다. 이런 압박적 상황에서
어머니가 되기보다 경제적 수입을 위해 직업을 택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어머니가 됨으로써 발생하는 경제적 종속이 사회적
종속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경제적 종속과 사회적 종속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여성이 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은 결코 돈 그
자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독립을 얻으려는 노력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벡은 이런 현상을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독립성이 중시되고, 경제력이 그
독립성의 핵심 내용이 되는, 근대 사회라는 역사적 배경 위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들 여성이 그들의 삶에 있어 성공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경쟁적인 사회에서의 성취가 곧 삶에
필요한 또 다른 정서적 유대와 안정감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냉정하고 계산적인 직장관계에서 '상실한 내면의 고향'을
아이를 갖는 데서 되찾고자 하는 전문직 여성들이 한편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벡은 어머니되기와 개인적인 인생갖기 양자를 공존시킬 방법을 이 책에서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녀는 여성들이 각자가 위치하는 현재적
주소를 스스로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전체적인 맥락을 명료하게 짚어주고
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아쉬웠던지 그녀는 책 끝머리에서 '도구적
이성' 대신 '감성과 인내, 공감능력'이 공적 영역의 중심가치가 되는
사회에 그 해결가능성이 있음을 얼핏 시사하고 있다.

(허라금·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