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 논의를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의·약·정 협의회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의료계 사태 해결
여부가 또다시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의료계는 3일 의쟁투가 설정한 협상 만료시점인 2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며 정부의 최종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최악의 경우엔 단독 법안 상정까지 고려하고 있어 의·정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 대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공의들은 이미 공표한 대로 8일부터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끝내 좁히지 못한 쟁점 =대체조제에 관해서는 대체조제의 원칙적
금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친 의약품은 대체조제 허용 대체조제시
의사 사전 동의 대체조제 불가 품목은 지역별 의·약단체의 자율결정
등에 대해 어렵사리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일반 의약품의
최소포장단위(7일분)를 법적으로 규제, 주사제 처방전 별도 작성,
조제·판매기록부 작성, 일반의약품의 혼합판매 등에 대해선 의·약계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의료계가 약사의 임의조제를 막기 위해 제시한 일반의약품의
최소포장단위 7일분에 대해선 약계가 『국민의료비 부담과 약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국민의
불편보다는 약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제, 완전한 의약분업을 실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민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제·판매기록부와 관련, 의료계가 『국민의 알 권리와 약화사고시
책임소재 명확화를 위해선 당연하며, 보관기관을 5년으로 할 것』을
요구했다. 약계는 그러나 『조제기록부는 처방전으로 대신할 수 있고,
판매기록부는 약사의 영역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 전망 =의료계는 4~5일 속리산 유스타운에서 전국 의사 400여명이
참여하는 지역·직능별 대표자 결의대회를 열어 향후 투쟁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전국 집회 개최 및 휴·폐업을 포함한 중·장기
투쟁방안으로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료계 일각에서
『약계의 반대로 완전 의약분업 실현은 물건너갔다』며 대안으로
선택분업을 주장하고 나서 이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의료계가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단독으로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 공청회를 거쳐 국회에 상정한다는 내부방침을 정해놓았다.

◆ 협상과정 =의료계와 약계는 각각 9명의 대표단이 참여, 최선정
복지부장관의 주재 아래 31일 이후 밤샘 협상을 계속했다. 첫날 회의에서
대체조제 금지 등 12개 항목으로 쟁점을 정리하고 이튿날부터 세부
협상에 들어가 일부 내용에 대해 의견접근을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임의조제 금지 등을 다룬 사흘째 협상에선 서로의 직능에 대한
비하발언이 난무, 감정싸움으로 번져 정회를 반복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까지 연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