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올해 국감 시작 이후 최대 격돌장이 됐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박순용 검찰총장에게 “증권가 등 시중에서”라는 말로 시작해, “민주당 권노갑씨와 김옥두 김홍일 의원, 박준영 청와대 공보수석”을 거명하는 순간, 국감장은 고성이 오가는 공방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면책특권을 이용해 근거도 없는 발언을 해도 되느냐”고 했고, 천정배 의원은 “비겁하게 음해하라고 면책특권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며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배기선 의원은 “야당이 국감장을 정치공세장으로 만들어 특정 정치인을 도살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인봉 의원이 나서 “동료의원의 발언을 ‘비겁한 발언’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야비하고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맞받았고, 최연희의원은 “법원의 부장판사까지 지낸 이 의원이 나름대로 판단해서 질의한 것인데 여당이 과민반응을 보인다”고 맞섰다.
박헌기 위원장의 정회 선포로 국감장을 나가면서 한 여당의원은 “이런 ×같은 경우가 있느냐. 이회창 총재의 세풍은 깨끗하냐”고 소리를 질렀고, 야당의원들은 “DJ는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우냐”고 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여느 때와 달리 점심도 함께 어울려 먹지 않았고, 휴게실도 딴 방을 썼다.
오후 4시쯤 속개된 국감에서 박순용 검찰총장이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정현준 사설 펀드 가입자 명단을 들고 나타나자 상황은 새 국면으로 바뀌었다. 박 총장이 “명단에는 이 의원이 거명한 4명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고 확인하자, 여당측은 이 의원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고, 야당측은 “차명으로 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정현준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확인하자”고 물러서지 않았다.
6차례 정회를 반복한 끝에 민주당 의원들은 밤 10시30분쯤 “이 의원 사과와 속기록 삭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사위 국감을 계속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의 비도덕적인 폭로정치와 음해공작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뒤 국감장을 퇴장, 국정감사가 중단됐다.
이날 한나라당 김기배 사무총장 등 당3역은 이례적으로 법사위 국감장을 방문, 한나라당 의원들을 격려해, ‘뭔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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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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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실세' 4명의 이름을 공개 거명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사후에 기자들에게 "증거는 없다"고 했고, 거명된 네 사람은
한결같이 펄쩍 뛰며 '사실무근의 명예훼손'이라고 이 의원을
비난했다.
▲이주영 의원=언론에서 동방금고 의혹과 관련된 보도가 나오고
증권가 등에선 루머로 여권 실세 K씨 등등에 대한 소문이 며칠째
증폭돼 왔다. 나 자신이나 당 차원에서 이들이 로비 대상이라는
증거나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고 이들이 로비를 받았다고 말한
바도 없다. 다만,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안에 대해 국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차원에서 검찰총장에게 알고 있다면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다.
▲권노갑 민주당 최고위원=터무니없는, 조작된 발언이고 명예훼손이다.
철저히 법적 대응을 하겠다. 사실이 아닌 걸 조작해 민심을 혼란하게
만들고 정치 불신을 조장한 데 대해 유감이다. 이런 일을 한 정치인은
반드시 법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김옥두 민주당 사무총장=거론된 사람 누구도 관계되지 않았다.
증권가에 떠돌고 범법자들이 하는 말을 면책특권을 이용, 퍼뜨리는
것은 국회의원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근거가 있다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비겁하게 얘기하지 말고 특권이 없는 자리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이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
▲김홍일 민주당 의원=1%라도 그런 사실이 없다. 정현준도 모르고
이경자도 모르고 지금까지 주식 한 번 사본 적 없다. 법적 대응
문제는 당과 상의해 처리하겠다.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박준영 청와대 대변인 =전혀 펀드에 가입한 적이 없으며 심지어 주식도 하나도 갖고 있지 않다. 예전에 대우에 있을때 보너스로 주식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미국 가면서 다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