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대통령 시절까지도 탄탄한 맹방이던 미국과 인도네시아
관계가 최근 삐걱거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의회가 로버트
갤버드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의 강제 추방을 경고한 가운데 갤버드
대사가 1일 돌연 출국, 양측의 갈등이 외교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의회는 최근 인도네시아의 개혁 지연을 비판한
갤버드 대사를 향해 시간차 공격을 가해왔다. 모하마드 마흐푸드
국방장관은 1일 남부 술라웨시의 육군 사관학교에서 "갤버드 대사가
기존의 태도를 우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정부는 강제 추방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흐푸드 장관은 앞서 갤버드가 미국 스파이
사건에 개입했으며, 인도네시아의 경제 및 사회 개혁 지연을 공개
비판하는 등 내정 간섭을 일삼아왔다고 비판했다. 의회도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상원인 국민협의회(MPR)의 아미엔 라이스 의장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 인도네시아 내정에 간섭하는 갤버드 대사를 인책 소환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악바르 탄중 하원의장도
자카르타 주재 미 대사관 업무 정지로 인도네시아의 대외 이미지가
실추됐다며 대사 교체를 촉구했다. 일부 의원들은 "갤버드는
'비외교적인 외교관'"이라며, 기피 인물(persona non grata)로 분류할
것을 요구했다.
갤버드 대사는 이날 소리없이 출국했다. 미 대사관측은 갤버드 대사의
출국이 사전 약속에 따른 것이라고만 밝혔으나, 미 국무부는 그가 내주초
워싱턴에서 토머스 피커링 정무담당 국무차관과 인도네시아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도 "갤버드
대사의 최근 발언들은 인도네시아의 개혁과 부패 청산 지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대변한 것"이라며, 소환 의사가 전혀 없음을 확실히
했다.
현지 미 대사관은 회교도들의 테러 위협에 따라 2일까지 비자 및 여권
발급 업무를 중단했다. 미 국무부도 자국인들에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
대한 여행을 자제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