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2층 대강당. 「자정
결의대회」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단상 위에 걸려 있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좌석 뒤와 양옆 복도까지 가득 메운 채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금융감독원장 겸임)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1400여명 직원들이 모인 자리였지만 30여명의 카메라 기자들이 연방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 소리뿐 10여분간 적막이 흘렀다.
이윽고 이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훈시를 시작했다. 『오늘 참으로 무겁고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들 앞에 섰습니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잃은 때보다 몇 배 더 고통과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잘 알지 않습니까.』
임직원들은 이어 자정 결의문을 복창했다. 『우리는 직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향응과 선물도 받지 않겠음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 있는 일체의 유가증권 매매 및 위탁, 사설펀드
가입 등의 거래를 하지 않겠습니다.』
결의대회를 마치고 강당 밖으로 나오는 직원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
있었다. 한 30대 직원은 『이게 무슨 창피야!』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동료들이 자정결의대회를 하는 사이, 금감원 직원 4~5명은 작년 말 인천
대신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또
유일반도체 사장은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을 통해 금감원 직원들에게
10억원을 뿌린 혐의로 이날 구속수감됐다.
이런 상황에서 개최된 60~70년대식의 자정결의대회는 어색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국민들은 금감원이 내부 부패척결을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