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발언을 하다니 총리 실격이다. 즉각 물러나야 한다.”

25일 일본 국회의 당수 토론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가 모리 요시로 총리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문제된 것은 모리의 ‘제3국 발언’. 내용은 납북된 일본인을 북한에서 출국시킨뒤, 제3국에서 발견됐다는 식으로 하자는 대북 타협안이다. 이 발언이 국익을 해쳤다며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TV로 생중계된 이날 당수 토론은 시종 격렬한 공방이 이어졌다. 자질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하토야마에 대해 모리 총리 역시 “당신이야 말로 당수 자질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모리로선 애초부터 밀릴수 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바톤 교체로 들어간 공산당·사민당 당수도 문제 발언을 집중 공격, 모리 총리에게 뼈아픈 상처를 입혔다.

지난 주말 블레어 영국총리와의 회담에서 터져 나온 ‘제3국’ 발언 이후 모리 정권엔 다시금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야권이 정권퇴진 캠페인에 들어갔고, 모든 언론은 예외없이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판정내렸다. 지도부 경고 속에서도 자민당 소장의원 그룹은 조기 퇴진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모 단체의 정치헌금 의혹이 모리에 옮겨붙을 조짐도 보인다.

모리 총리로선 ‘나카가와 폭탄’이라는 또 하나의 악재를 껴안고 있다. ‘부부’ 사이라할 나카가와 히데나오 관방장관의 여성·우익 스캔들이 갈수록 태산이다. 이번주 발매된 주간지엔 나카가와가 애인을 자택에 불러 찍은 사진까지 게재됐다. 모리의 심복인 그는 긴자의 호스테스와 불륜관계를 맺었고, 우익단체와 관계있다는 스캔들에 시달려왔다.

자만당 주류 그룹은 일치단결해, 위기를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4대 주류파벌은 25일 긴급회합을 갖고 “모리 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비주류파의 가토 고이치 전 간사장도 현재로선 정권 도전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관방장관은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강하다. 자민당 지도부에선 나카가와를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사태를 수습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설사 정권유지가 가능하더라도 모리 정권으로선 큰 타격이다. 한때 좋아지는듯 했던 정권 지지도 역시 하락세로 ‘원위치’했다.

때마침 자민당 원로인 미야자와 대장상이 25일 하시모토 전 총리의 재등판론을 언급했다. 농담처럼 가볍게 던진 말이었다. 정계에선 심상치않게 받아들였다.

( 동경=박정훈특파원 jh-park@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