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태양 극단'(Th tre du Soleil)
배우 5명이 양평서 열리는 사물놀이 경연대회에 참가한다.

지난 2년간 사물놀이를 배웠다는 르나타 라모스-마자, 장 샤를르
마리코트, 샤샤 베헤스티, 세르지오 칸토 사비도, 마튜 로쉬바르제 등
배우들은 왠만한 풍물패 못지 않은 실력을 자랑한다. 태양극단 연출가
아리안느 무뉘스킨은 98년 프랑스 아비뇽 축제에서 김덕수 사물놀이패
한울림의 공연을 보면서 풍물에 매료됐고 곧 한울림 예술단원을 파리로
초청, 단원 전원에게 사물놀이를 배우도록 했다. 이번 사물놀이 대회에는
이들 중 실력이 뛰어난 다섯 사람이 '선수'로 뽑혀 참가하게 됐다.

이들은 27~29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관광단지에서 열리는 '아홉번째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 나서, 28일에는 다른 외국인
참가단체와 풍물 실력을 겨루고 29일에는 꼭두각시 놀음과 사물놀이가
섞인 독특한 연극 소품을 선보인다. 제목은 '발리 놀이'. 배우 4명은
장구를, 한명은 서아프리카 전통 악기 '둥둥'을 친다. 한국 풍 강한
작품에 살짝 양념을 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식 가면을 쓴다.

64년 창립된 태양극단은 연출가 무뉘스킨의 지휘 아래 동서양 연극의
접합점을 모색해 온 단체로 유명하다. 그동안 일본 노(能)를 도입한
셰익스피어 작품의 재해석을 비롯해 캄보디아, 인도를 소재로 한
연극으로 주목받았다. 현재 공연 중인 최신작 '강가의 북소리'에는
배우 14명이 장구를 치는 장면을 넣었다. "처음에 박자에만 맞춰 장구를
치려니 너무 어려웠다"는 라모스-마자씨는 "호흡법을 먼저 배우고서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니까 사물놀이 고유의 가락이 저절로
따라왔다"고 말했다. "'강가…'를 위해 10개월간 혼신을 다해
연습하면서 장구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렸습니다." 그는 연출자가
공연을 앞두고 '장구 연주자가 너무 많다'며 몇명 빼려 했지만
결사반대 끝에 모두 그대로 남아 장구를 칠 수 있게 됐다고 자랑한다.

샤샤 베헤스티는 지난 8월 부여의 한울림 사물놀이 학교에서 영남농악,
설장구 등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그는 "한국과 풍물에 강하게
끌린다"며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나 싶어 점쟁이를 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사물놀이 고수들만큼 장구를 빨리 칠 수는
없지만 가락만큼은 가슴으로 생생히 느끼지요. 단원들끼리 장구를 치면서
완벽한 일치를 경험하곤 합니다." (02)765-7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