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의 대표작이랄 '강부자의 오구'가 올해 공연 10년째를 맞아
변신한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한국적 굿 형식 속에 해학적으로 풀어낸
이 작품을 작가 겸 연출자인 이윤택이 '좀더 대중적'으로 개작하겠다고
선언한 것. 새로운 '…오구' 공연은 11월 5일부터 30일까지
정동극장에서 있다.

'강부자의 오구'는 설명적 대사보다는 춤과 노래 등 시적 정서, 시적
이미지로 지탱하는 부분이 많은 연극. 이윤택은 이를 "사실주의적
요소가 강한 작품으로 고치겠다"고 했다. 춤과 노래를 줄이고 대사를 더
많이 넣어 '말의 일상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무대
장치도 바꾼다. 그동안 '…오구' 무대는 양반집 안방을 연상시키는
공간이었고 그 방의 문을 통해 이승과 저승, 현실과 꿈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안방 대신 한국 전통 가옥을 설치, 사실적
색채를 강화한다.

요즘 공연예술계에선 '일상'과 '사실'에서 벗어나 상징과 판타지
쪽에 무게를 두려고 하는데 '…오구'는 거꾸로 가는 셈이다. 그 이유를
이윤택은 이렇게 설명한다. "2000년대에도 여전히 연극이 존재하면서
관객의 사랑을 받으려면 새로움이란 이름 아래 어설픈 것을
제시하기보다는 보수적인 어떤 것들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구'는 89년 서울연극제에서 채윤일 연출로 초연, 이윤택을 90년대
최대 화제작가-연출가로 만들었다. 노모의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를
치르는 이야기 속엔, 지난 시대를 살아온 우리 어머니 얼굴이 있다. 낮잠
자다 염라대왕 만나는 꿈을 꾼 노모는 극락왕생 비는 산오구굿 한판을
벌여달라고 아들에게 간청하고, 굿판에서 노모는 '나 갈란다' 한마디
남기고 떠난다. 이어 펼쳐지는 장례식 풍경에선 저승이 일상의 높이로
끌어 내려지고, 초상집은 난장판이 된다. 그 풍경에 한국적 죽음의
미학이 있다. 푸근한 이미지와 대중에 대한 카리스마를 함께 가진
강부자가 보여주는 한국적 어머니상 앞에서 관객은 배꼽잡고, 어깨
들썩이다가,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99년 공연 땐 평균 97%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02)773-8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