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가 23일 주 40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우리도 '주5일 근무시대'로 성큼 다가서게 됐다.
노사정위가 이날 발표한 합의문은 '임금, 휴일 및 휴가제도를
개선한다'(재계측)는 내용과 '업종과 규모를 감안하며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근로자측)는 양쪽의 입장을 모두
규정, 서로 강경하게 버텨왔던 원칙에서 한 걸음씩 양보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노사는 지난 5월 노사정위 근로시간단축 특위에 참여한 뒤에도
끊임없이 대립해왔다. 재계는 주 40시간 근로제의 전제조건으로
월차·생리휴가 폐지 등 유급휴가제 개선을 비롯, 50%인 할증임금률의
25% 인하, 유급 주휴제 폐지 등 7가지 조건을 내걸고 계속 '주 40시간
시기상조론'을 주장해왔고 노동계는 현행 기득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임금삭감없이 전 업종에 걸친 전면 주 40시간제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제부터 노사정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각론 토의에 들어가면 실시시기 선택을 비롯해
시간외 근로수당 할증률 조정 유급 휴일 수 조정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 여전히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쟁점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나라 경제상황과 하반기
공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노정 대립이 격화될 경우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노동계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번
합의는 오히려 노동조건을 후퇴시킨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논의의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계와 민주노총의 반발, 하위법 정비 등에 필요한 시간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르면 내년 가을, 늦어도 2002년쯤이면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노사정위의 합의문을
바탕으로 연내 주 40시간 실시를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며 늦어도 내년 2월까지는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 40시간 근로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모든 업종이 동시에 주 5일
근무를 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에 끼치는 충격, 재계 반발, 현실 여건
등을 감안해 단계적인 실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이런 과정을 거쳤다. 주 40시간제의 전면실시를 주장해온 노동계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 이번 합의문에 '업종과 규모를 감안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데 동의했다.
정부는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공공부문과 학교부터 실시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뒤를 이어 은행 등 공공성이 강한 기업들에 도입하고
대기업 등 규모별로 몇년에 걸쳐 나눠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직종에 따라서도 실시시기가 달라진다. 현재 근로시간이 가장 긴 업종은
제조업(주 50.0시간), 운수·창고 및 통신업(주 49.9시간) 등이다. 이런
곳은 도입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광업(44.3시간), 공공 사회 및
개인서비스업(45.6시간) 등은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에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는 것은 최소한 10년은
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학교 및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레저문화 등 산업 및 문화생활
전반에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