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GO대표들도 출국못해 ##
사상 초유의 조종사 파업으로 여객기 운항 중단사태를 맞은 김포공항 등 전국의 공항들은 22일 하루종일 승객들의 환급·항의 소동으로 대혼란을 빚었다.
제주공항에선 48편 항공기 중 15편만 운행, 발이 묶인 부산지역 승객 300여명이 오후 7시쯤 공항의 대한항공 수속 카운터를 점거하고 대한항공 제주 지점장을 인질로 대책을 요구하는 소동을 빚었다.
또 이들은 항공사측의 무성의에 반발해 비행기 좌석 수속도 받지 않고 마구 탑승을 시도, 보안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날 김포공항에선 출발이 예정인 국내·외 항공기 363편 중 324편의 국제·국내·화물 항공편이 결항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한항공측은 이날 『국제선 출국편 1만5287석과 국내선 왕복 6만여석 중 5만8000여명의 탑승이 예정돼 있었으나 10%선인 5000여명만 탑승했다』고 밝혔다.
공항마다 외국 바이어와의 상담일정이 틀어지게 된 회사원과 사업가들이 아시아나 등 다른 항공편을 구하려고 바쁘게 뛰어다녔고, 신혼 부부들은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한숨만 내쉬었다.
필리핀으로 신혼여행 떠나려던 김희수(33·회사원·서울 송파구)씨는 『신혼여행을 연기할 수도 없고 정말 난감하다』고 김포공항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23일부터 열리는 엔지니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이날 오후 1시45분발 프랑스행 비행기를 타려던 김정훈(32·경북 구미시 공단동)씨는 『어젯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하룻밤 자고 나왔는데 비행기가 없다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길일을 맞아 제주도로 가는 신혼여행 탑승객 1000여쌍은 이날 대한항공측이 여객기 3대를 모두 점보기로 바꿔줘 큰 지장이 없었지만, 해외로 가는 신혼여행객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어 항의가 빗발쳤다.
김해공항에는 발이 묶인 승객 7000여명이 대체 항공편을 찾아 아시아나 항공이나 타국적 항공사로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휴일이 겹쳐 빈 자리를 구하기 힘든 데다 아시아나 항공이 운항하지 않는 목포·원주행 승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대한항공측은 『예약 승객들에게 이틀 전부터 다른 항공편을 예약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예약객들은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오후 3시 LA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온 재미교포 라디호프 영(한국명 영옥·여·50)씨는 『아침부터 대한항공에 전화를 했지만 자동안내만 나오고, 겨우 교환과 연결돼도 자동안내로 돌려 버렸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정감사를 진행 중인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구주반(반장 민주당 문희상 의원)도 오후 1시 대한항공으로 런던으로 갈 예정이었던 것을 러시아항공(SU-600)으로 모스크바를 경유해 가기로 일정을 변경해 주영 대사관에 대한 감사가 단축되는 등 차질이 생겼다.
대한항공측은 이날 일부 예약객이 출국할 때까지의 숙박요금과 지연출발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자, 『파업은 천재지변이어서 보상할 수 없다』고 밝혀 격렬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대한항공측은 이에따라 이날 밤 400여명의 승객들을 서울 롯데호텔 등에 투숙시켜주기도 했다. 특히 아셈회의에 맞춰 입국했던 외국 시민단체 대표들도 출국을 못하는 등 외국여행객들의 불만이 고조됐다.
(제주=장승홍기자 shjang @chosun.com)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