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들만의 실험과 작업을 하면서
'교실붕괴' 그 이후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 영등포의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http://www.haja.netㆍ센터장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일명
'하자센터'로 불리는 이곳은 우리 교육의 '이색지대'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틀에 박힌 공부만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을 제공하는 곳이
'하자센터'다. 현재 이곳에는 300여명의 중ㆍ고등 학생들이 등록해
있으며, 특히 30명은 학교를 자퇴한 학생들이다.
'하자센터'의 아이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걸 배우고
있을까.
작년 말 서울시와 연세대가 협동해서 만든 '하자센터'는 보기
드문 공간적 풍요로움과 첨단 미디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영상디자인 작업장' '대중음악 작업장' '웹 작업장'
'시각디자인 작업장' 등 요즘의 10대들이 하고 싶어하는 일들을
모두 이곳에서 할 수 있다. 보통 6주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역시 아무도 강요되진 않는다. 누가 '이런 걸 해보자'고
제안하면 관심있는 아이들끼리 모여 직접 기획하고 작품을 완성해
낸다.
제도권 교육 현장에서 '교실붕괴'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대에
하자센터는 학교를 떠나 '컴 백 홈(Come Back Home)'을 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졌다. 근대화의 한 형식이었던 평등한
교육은 이 시대 더 이상 민주적이지 않다. 평등이 아니라, 획일화되어
버린 교육여건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이미 폭력적인 것이고, 그로부터
아이들이 입은 상처는 깊다. 개인을 존중하고 남을 배려하며, 시대를
읽는 능력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 어떻게 가능할까? 10대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관리하고 기획하며, 즐기면서 일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10대들 스스로가 '작은 기획'을 통해 삶을 설계하는 공간으로
마련된 것이 '하자센터'다. '하자센터'에는 탈 학교 친구들을
위한 '하자 콜레지오'도 있다. 지난 겨울 개관을 앞두고 만들어진
이곳에서 학교를 떠난 친구들은 나름대로의 인문학적 학습을 통해
'자기 언어'를 만들어 나간다.
●멀티미디어로 자기 얘기 표현
하자센터와 콜레지오의 아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기초
수단으로 다양한 멀티미디어 활용 능력을 배운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는 표현 매체를 발견하고 멀티미디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콜레지오의 아이들은 지난 여름 일본에 다녀왔다. 자퇴생과
방통고 학생으로 구성된 콜레지오 아이들이 대안 교육시스템을 위한
아이덱(IDEC: 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
회의에 참가하여 대안 교육과 대안 학교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에 다녀온 후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자신들처럼 다양한 고민과 다양한 실험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들 중 일부는 아시아 청소년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실험을 시작했다.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은 좁지만, 아시아 네트워크를 통해
좀더 규모가 큰 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또 한편의 아이들은 콜레지오에서 한발을 빼 각자의 작업을
구체적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10대 창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우선 '디자인 하자'의 명함숍(http://namecard.haja.net)을
운영하며 '10대 디자인 그룹' 실장이 된 남이(18). 지난해
일반고등학교에서 방통고로 전학을 한 친구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과 자퇴는 안된다는 부모와 타협한 셈이었다. 남이는
1주일에 한번씩만 학교에 가면서 나머지 시간을 시각디자인작업장에서
보낸다. 남이는 11월 대만의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NGO
대회에도 참여하기로 되어 있다. 아시아 청소년들의 패션과
대중음악이 이미 하나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남이는
그러한 동북아 청소년 문화에서 디자이너의 가능성을 찾아보고
싶어한다.
'라디오 하자'(http://radio.haja.net)의 지원(19)과 재식(19)은
앞으로 아시아채널을 가진 인터넷 TV방송국을 목표로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을 차렸다. 지원과 재식은 모두 학교를 그만두었다. 학교를
나온 이유는 각기 달랐지만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걸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다. 이제는 학교를 그만둔 사람으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그들은 라디오 하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획을 짜내느라 바쁘다. 10월 28일에 열리는
서울시 '시민의 날' 신촌 행사에서 게임방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기도 하며, 12월에는 '디지털 스토리 페스티벌'에서 '라디오
하자'가 기획한 프로젝트를 야무지게 수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것을 생각하는 아이들도 생겼다. 하자센터의 스낵바와 유리가게를
맡아 운영하면서, 소자본의 벤처회사나 작은 가게의 주인이 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예컨대 '코코봉고'란 은경(19)이를
사장으로, 다른 세 명의 부사장이 꾸려가는 스낵바 이름이다.
은경이는 고 3학년생으로 졸업을 앞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독립하고 싶어한다. 나머지 아이들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하자센터 안에 스낵바를
열게 되었다. 설거지도 제대로 할 줄 몰랐던 아이들이지만, 이제는
제법 간단한 음식을 만들 줄도 알게 되었고, 장부 쓰는 법도 배웠다.
하자센터는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경영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하자센터에는 여러 동아리 모임이 있다. 그중 하나인 '10대 작가
모임' 친구들은 자신의 작업을 하면서 역시 조그만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이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는 민희(19)는 학교를 그만두고
진주에서 올라왔다. 그동안 하자 콜레지오에도 참여하고 '미술관
습격'이라는 미술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그때 전시를 했던
친구들이 모여 '10대 작가모임'을 만들었다. 서로의 작업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끼리 서로 조언도 하면서 이들은 앞으로 작품이 모아지면
유리가게도 열 생각이다. 유리가게는 작품을 엽서로도 만들고
캐랙터로도 만들어 파는 가게이다. 아직 문을 열지는 않았지만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가게 만드는 일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친구들과 문화이벤트도 기획
지현(16)의 경우는 문화기획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올해
8월에 문화관광부가 개최한 '아시아 유스 파티'에 기자단으로
참여했고,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문화기획자들을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행사의 판을 짜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가는
문화기획자들을 가까이 보게 되었고 자신도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10대들이 기획하는 문화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1318기획단'을 만들었다.
요즘은 신촌 젊은 문화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하자센터 305호에서
친구들과 함께 '드림 페스티벌: 꿈의 나무와 꿈의 교실'을 준비
중이다. 지현이는 "교실이란 꿈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실현하기도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문화 이벤트에서는 자신이
다니고 싶은 교실과 듣고 싶은 수업을 만들어서 보여줄 생각이다.
처음으로 하는 문화기획이어서 의욕이 앞선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하자센터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드림 페스티벌을 만들어가고 있다.
명함숍에서, 라디오방송국에서, 하자 콜레지오에서, 그리고
자신들만의 동아리에서 하자센터 아이들은 '교실붕괴' 그 이후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아이들은 '하자'에서의 작은
경험들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조그만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격려하면서
오늘도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전효관 ’하자센터’부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