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00'(21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은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한국 오페라 발전의 새로운 문을 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립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
국제오페라단의 '아이다',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토스카'와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오페라 전문극장을 동양 최초로 건립하고도
오페라 팬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정 기간에 네 개의 작품을 번갈아 공연함으로써 오페라의 다양한
멋과 맛을 느끼게 했다.
일정한 작품을 번갈아 무대에 올리는 레퍼토리 시스템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오페라단이 함께 작업하다 보니 문제가
있었고, 일부 주역 가수들은 자신에게 맞는 일정만 출연하는 경우도
생겨 레퍼토리 시스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점도 있었다.
하지만 네 작품은 나름대로 특성을 살리며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오페라
보는 재미를 맛보게 했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희가극인데 비극보다 희극에서
동서양의 정서가 서로 다른 점을 감안, 동양적 유머를 조화롭게 가미시켜
희가극의 멋을 맛보게 했다. 베르디 서거 100주년 기념으로 공연한
'아이다'는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무대장치와 의상을 들여와 장엄한
무대를 연출했다. 지휘와 연출이 모두 여성이었던 푸치니의 '토스카'는
엘리자베타의 지휘도 인상적이었지만 이소영이 연출을 맡은 획기적인
무대 장치와 조명효과를 통한 극적 분위기는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왔다.
작년에 이어 다시 공연한 윤이상의 '심청'은 이번엔 원작인 독일어로
노래했는데 심청뿐만 아니라 네 개 작품 모두 원어로 하면서 가사를
자막으로 처리한 것은 오페라의 음악적 세련미를 높이면서 정확한 가사
내용 전달에도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한다. 오페라 '심청'은
우선 음악적 난해함이 일반 대중들의 접근을 쉽게 용인하지 않지만
합창단을 통한 메시지, 그리고 극적 흐름을 끌고가는 오케스트라의
역할에 귀를 기울인다면 새로운 경험을 맛보리라 생각했다. 다만
가수들은 바그너가수(바그네리안)와 같은 강한 소리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청중을 압도해야 하며 에너지의 발산이 더욱 구체화될 때
'심청'은 더욱 공감의 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오페라의 꽃은 역시 가수인데 가수 선택은 비교적 적역을 무대에
세웠고 새로운 얼굴들 가운데 필자가 본 공연에서 이은순, 서혜연,
이지은, 이현, 이하영, 김동섭, 이경은은 익히 알려진 성악가들과
호흡을 맞추어 열창해 앞날을 기대케 했다. 오페라는 오페라극장으로
다 모여야 하고 다양한 오페라가 일년내내 무대에 올려져야 한다.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00'이 목적하는 바도 그것일 것이다.
(한상우·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