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뿌린 작은 씨앗이 20년 세월동안 뿌리 내리는 걸 보며
전통이 얼마나 힘있는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표현대로 「손바닥으로 강물을 퍼올리듯」 20년간 국악
보급운동을 펼쳐온 한소리국악원의 조성래(51·국립국악원 대금
수석) 원장. 지난 15일 아마추어 120명으로 구성된 한소리국악관현악단으로
창립 20주년 기념공연 「한소리 20년」을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치뤄낸 조원장은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국악의 「국」자도 모르던 사람들이 와서 악보 배우고 악기
만지기 시작해 이날 공연을 일구어낸 겁니다. 이번 무대에서 난생
처음 흰 셔츠에 넥타이 차림을 해본 이도 있어요.』

충북 영동 출신으로, 넉넉치 않은 집안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63년 전액 국비로 공부시켜준다는 국악사 양성소(국악중·
고의 전신)에 입학한 것이 그가 국악과 맺은 긴 인연의 시작이다.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하고 1975년 국립국악원에 입단했다. 당시
국립국악원에서 펼치던 단소 무료 강습의 강사를 하다가 80년
여름 만난 수강생들과 뜻을 모아 「한소리회」를 결성하게 됐다.

『우리처럼 국악으로 밥 먹고 사는 프로들이 국악 좋다고 백날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 있습니까. 진정으로 국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마추어 층이 두터워져야 우리 같은 프로들이 설 자리도 생기는
거지요.』

무료 강습도 하고, 회비도 받으며 일반인들에게 국악을 가르친 지
20년. 창립멤버 15명으로 시작한 한소리회는 한소리국악원으로 명패를
바꿔달았고, 그동안 거쳐간 강습생도 3만여명에 달한다. 국악에도
쇼적인 요소를 가미해야 잘 팔리는 시대이지만, 그는 아직 정악을
고집한다. 정악의 깊이있는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저는 국악을 가르쳤지만, 대신 그분들로부터 사회를 배웠습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잘난 분들은 국악 배우러 안 왔어요. 낮에 동대문에서
지게 지는 힘든 일을 하다가도 밤에는 대금을 배우러 나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게 진짜 사는 멋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