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아시아에서도 2류 수준으로 전락했다. 한국은 17일 오전(한국시각) 레바논에서 벌어진 제12회 아시안컵 축구 B조 예선 두번째 경기인 쿠웨이트전에서 전반 43분 알 후와이디에게 결승골을 내줘 0대1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무1패(승점 1)로, 8강에 진출하려면 20일 인도네시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크게 이긴 뒤 중국―쿠웨이트(이상 1승1무)전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이날 한국은 90분 내내 답답한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은 쿠웨이트의 밀착수비에 꽁꽁 묶인 채 외곽에서 부정확한 센터링만 남발하는 ‘뻥 축구’로 일관했고, 수비는 맨투맨과 커버링이 겉돌았다.
쿠웨이트는 수비위주의 소극전법으로 나왔으나 오히려
득점찬스는 더 많이 만들어냈다. 전반 17분 알 후와이디가 날린
날카로운 헤딩슛을 GK 이운재가 간신히 막아냈고, 39분에는
압둘라가 문전 왼쪽에서 맞은 단독 찬스를 볼트래핑 실수로
무산시켰다. 쿠웨이트는 43분 압둘라의 전진 패스를 받은
알 후와이디가 한국 수비수 두 명과 골문 정면에서 몸싸움을
벌이며 오른발슛, 결승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서너 차례 득점기회가 있었지만 골결정력 부족으로
동점골을 뽑는 데 실패했다. 후반 11분에는 설기현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고, 29분 이동국이 상대 골키퍼와의 1대1 찬스를
놓쳤는가 하면 경기종료 직전에는 이영표의 골문 오른쪽에서의
슈팅이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다.
이날 새벽 잠을 설치며 경기를 지켜 본 국내 축구인들과
팬들은 스코어보다도 대표팀의 경기운영 능력에 크게 실망했다.
여자축구단 숭민원더스 박종환 단장은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팀워크가 맞지 않았고, 조직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프로팀의 한 감독은 "공격형태가 너무 단순해 전술적으로
압도당했다"면서 "한국축구가 프랑스대표팀의 유연함이나
일본대표팀의 리듬감 있는 경기운영 스타일을 갖추지 못하면
2002년 월드컵에서는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열린 경기에서 인도네시아를
4대0으로 완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