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 히로인 오정해가 TV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다. KBS 2TV가 18일 첫 방송하는 사극 ‘천둥소리’(수·목 밤 9시50분· 손영목 작, 이상우 연출)에서 주인공 허균의 정신적 연인인 기생 매창을 맡았다.
“시와 음악에 능한 예인이었던 기생 역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음악을 했으니 어설프게 보이지 않을 자신도 있구요.” 부안 기생 출신인 매창은 이름난 거문고 명인. 본명은 계생으로 스물 아홉 늦은 나이에 허균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허균은 요절한 누이 허난설헌을 빼닮은 매창에게 매료된다.
경북 문경 촬영 현장에서 만난 오정해는 한결 넉넉하고 여유있었다. “세살바기 아들 영현이가 눈에 밟힌다”며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인터뷰 도중에 불쑥 끼어든 중년 ‘아줌마’ 팬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서편제’의 한많은 소리꾼과 ‘태백산맥’의 무녀 등 스크린에서 보여준 극적인 인물과 달리 수더분했다.
"그냥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거의 못알아봐요. 얼굴이 예쁘거나 못생겼다는 얘기는 관심없어요. 자기 얼굴에 대한 자부심만 가지면 되는 거죠." 아담한 체구에 수수한 얼굴은 "애 엄마 된지도 한참인데, 아직 여드름이 난다"며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오정해는 요즘 가장 바쁜 '국악 전도사'다. MBC '퓨전 콘서트 가락'(화 밤12시20분)과 SBS '정겨운 우리가락'(월~금 낮12시5분) 등 TV 2편과 MBC FM '국악으로 여는 아침'(일 오전5시)과 KBS 1FM 'FM풍류마을'(매일 오전11시) 라디오 2편을 진행한다.
그만해도 벅찰텐데, 연기 욕심이 만만찮다. 악극 ‘아버님 전상서’에 출연했고, 지금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지방공연을 다니느라 바쁘단다. 국악인이 뮤지컬이라니. 하지만 몇년 전에도 브로드웨이식 뮤지컬 ‘쇼코메디’ 주연으로 무대에 섰다. “뮤지컬을 통해 서양식 창법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다재다능한 오정해에겐 드라마 출연 제의가 없었을 리 없다. 첫 출연이 늦어진 이유를 묻자 “TV에는 얼굴이 크게 나온다고 해서요” 하며 깔깔 웃는다. “매창은 나중에 병들어 죽는대요. 연기 못하면 극 중에서 더 빨리 죽겠지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오정해에게선 어느덧 연륜이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