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대 남자 작가 중 사석에서 가장 재밌는 세 사람을 꼽으라면
이순원, 마르시아스 심(심상대), 김영하다. 술잔을 나누며 듣는
그들의 "따뜻한 냉소와 해학"은 깊어가는 가을에 너무도 제격이다.
지난주 우연하게 장편소설, 연작 단편, 산문집을 동시에 펴낸 그들을
만나 본다.(편집자)
-작가 마르시아스 심(40)의 가장 큰 특징은 '유쾌함'이다. 그와
서너시간 버스를 같이 타보거나, 그가 모는 승용차로 일산에서 과천까지
가보거나, 그와 버스정류장에 서서 한 10분 정도 시간을 보내보면 담박
알 수 있다. 술잔을 같이 나누어도, 해장국에 같이 숟가락을 담가도,
혹은 그가 저녁 유흥의 자리에서 사회를 보는 모습을 보아도, 우리가
걱정할 일은 그의 유머나 해학에 수준을 맞추는 일일 뿐이다. 본명인
'심상대' 대신 새로 선보인 필명을 두고, "6글자나 되니까 기분
되게 좋더라"라는 것도 그 특유의 너스레다.
-그가 이번에 4번째로 내는 소설집 '떨림'(문학동네)을 읽게 되는
순간 "역시 심상대!"를 되뇌지 않을 수 없다. 8편의 단편이 모였지만,
그것은 장편이라고 해도 무방할 연작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 소설책은
'섹스'에 관한 얘기다. "원래는 책 제목을 '베개'라고 할 걸
그랬다"는 것인데, 독자가 보기엔 '떨림'도 섹스의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 제목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그 전체는 성애의 고백으로
이루어진 한 젊음의 성장사이며, 감정 교육의 시말서"라면서, "그것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이 땅의 한 에로스가 구성되고 발휘되고
좌절되고 자신을 의미화하여온 과정의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하 룸살롱의 웨이터가 자매의 동정을 유린하는 얘기, 내재하는
정염을 기묘하게 흘리고 있는 하숙집 여주인과 그녀 앞에서 수음하는
고등학생, 보리밭에서 여고생 윤간, 애인을 감방에 둔 여인과 성관계를
맺는 일, 밋밋한 여자들과의 성교, 미친 거지를 포함한 세 여자와의
섹스, 이혼남을 만나는 유부녀, 서른아홉 남자와 예순넷 여자의 연애
전말기, 시간, 자신을 버린 남자를 잊지 못하는 처녀와의 섹스….
-철저하게 "있음직한 허구"일 것으로 보이는 서사다. 그 위에
마르시아스 심은 간간이 자신의 모습을 얹어 놓는다. 작중 화자를
소설가 내지는 소설가 지망생으로 그리는 것이다. 서술 방식을
희화화하거나 회고담조의 의고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그의
전략이다. "위악적 천역덕스러움"이랄 수 있는 방법인데, '~했다는
사실을 여기서 밝혀두어야겠다'거나 '이제는 이야기하여야겠다'는
표현들이 그것이다.
-작가는 그저 "숨타는 아름다움"을 말하려 했을 뿐이란다.
'성욕'은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 희구"이고, 그것을 억압하는
"이성"이란 "나약한 인간이 자신의 수치심을 감추어 숨기기 위해
마련한 교만"일 뿐이다.
-그래서 모두는 유쾌하게 웃을 수 있었다. 지난주 한 회식 자리에
마르시아스 심이 자신보다 수십년 연상일 남녀 선배들 앞에서 "저는
한번도 여성이 허락하기 전에 사정해본 적이 없다"고 했을 때.
(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