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정치 및 경제불안 영향으로 아세안 3개국 통화가 연일 폭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필리핀 페소화는 지난 12일 달러당 47.700페소를 기록하며, 통화가치가
최근 2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연초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던
태국 바트화는 최근 달러당 43바트까지 급락했고, 한때 회복세를 나타내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지난 9월부터 통화 불안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가치가 16%나 하락한 필리핀 페소화는 정치불안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최근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도박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가톨릭 교회의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지난 12일 콜 금리를 4%로 올렸으나 페소화 폭락세를 막지
못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중도 하차할 가능성은
적지만, 정국 불안이 당분간 페소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국 바트화 환율도 정국 불안과 기업·금융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실망감으로 지난 12일 27개월 만의 최고치인 43.35바트까지 치솟았다.
바트화는 태국 정치인들의 정치자금 스캔들 보도와 12월로 예정된
총선이 연기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정국 불안에 따른 투매로
한때 달러당 47.99바트까지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최근 석유 등 원자재 수출 증가에 따른 무역
흑자에도 불구,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의 정국
불안과 그에 따른 신뢰도 하락이 루피아 급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아세안 3개국의 외환 보유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무역수지도
흑자를 기록 중이서 지난 97년 7월과 같은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적다고 도이체 방크 보고서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