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원회, 9월말 이미 수상자 결정…세상에서 6명만 아는 비밀 ##

노벨평화상은 과연 김대중 대통령에게 안겨질 것인가.

최근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수상자를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통산 14번째
노벨평화상에 추천된 DJ가 상을 받을 경우 '한국인 최초의 노벨상
수상' 등 그 의미와 파장이 각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는 10월
13일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청와대 등 여권 관계자들은 "아무 정보도
없다"며 현재로선 수상 가능성을 전혀 점칠 수 없다는 입장이나 남북
대화의 진전과 성과로 그 어느 해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지난 9월
27일(현지시각) 노벨위원회의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5인 위원회 회의에 투표권 없이 참가했던 가이르
룬데슈타트 위원회 사무총장은 "오는 13일 공개될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회의에서 결정됐으나 그 이상은 밝힐 수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 2주 동안 비밀을 지킬 것이며 그 때까지 언론의 추측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 외신들의 전언이다.

●라프토 인권상 수상, 흉조인가 길조인가

수상자를 결정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물리학상 화학상 의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평화상 등 노벨상을 주관하는 6개 위원회 중 하나.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 위차한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의회가
임명하는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위원장은 노르웨이
재정장관 등을 역임한 군나르 베르그(60)가 맡고 있고, 부위원장은
군나르 요한 슈탈제트(65) 주교다. 이밖에 노르웨이 UN 대표를
역임한 한나 크리스틴 크반모(74), 사회민주청년(AUF) 의장을 지낸
지젤 마리 뢴벡(50), 진보당 의회그룹 정치고문인 잉거마리
테르혼(59) 등이 위원으로 있다.

수상자 선정 과정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현직 각료나
의원을 배제하고 민간인들로만 구성된 노벨위원회 위원들은 수상자
선정과 관련된 내부 토론 내용과 의견차를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되고, 수상자 결정을 앞두고는 공개 토론회 등에도 참석할 수
없다는 엄격한 규칙을 적용받는다. 룬데슈타트 사무총장을 포함해
5명의 위원들이 입을 닫고 있는 한, 관례상 10월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각) 공식 발표 전까지는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누군인지
알 길이 없는 셈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사망일인 12월 10일 오슬로 시청에서 거행되며, 수상자에게는
96만8000달러의 상금과 노벨의 옆모습이 부각된 23K의 금메달이
수여된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일은 최근
DJ가 라프토 인권상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것. 지난 87년 노르웨이
인권운동가였던 소롤프 라프토 박사의 유지를 기려 만들어진 라프토
인권상은 노벨평화상과 함께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인권상이다.
노벨평화상 발표 직전이라는 '긴장된 순간'에 알려진 DJ의
라프토상 수상 소식은 과연 '길조냐 흉조냐'를 놓고 여권
관계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동안의 통계를 보면, 라프토상은 DJ가 작년에 수상한 필라델피아
자유 메달상보다 노벨평화상과의 '연관성'이 떨어진다. 필라델피아
자유 메달상의 경우 역대 수상자 11명 가운데 5명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라프토상은 13명의 역대 수상자 중 단 두명만이
노벨평화상으로 이어졌다. 지난 90년 라프토상을 받은 미얀마
반체제 지도자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93년 동티모르 주민들이 라프토상을 수상한 3년 후 동티모르
독립운동가인 주제 라모스오르타와 카를로스 벨로 주교가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적이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DJ가
라프토상으로 그치고 노벨평화상은 내년에 더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설왕설래를 보면, 수상
가능성을 흐리게 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존재 같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가 남북 관계 개선의 성과이고, 역대 노벨평화상이
국제 분쟁 해결이나 평화 정착 성과를 기릴 때 공동수상이라는
모양새를 취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국제적으로 테러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북한 지도자의 위상이 공동수상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주도하는 '팍스 코리아나21'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관심을 끈다. 한국청년회의소(JC) 출신
중심의 여권 외곽단체인 '팍스 코리아나21'은 통일 및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최근 국내 정치인 학자 언론인 경제인 등 총 300명을
대상으로 전문가 설문 조사를 실시하면서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반응을 한 항목에서 물어봤다. 질문 내용은 '오는
10월 13일 2000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확정될 예정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후보로 추천된 상태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 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라는
것으로, '① 남북 정상회담으로 냉전질서를 종식시키고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킨 만큼 남북 정상의 공동수상이 바람직하다 ②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한반도 및 세계평화에 기여한 김대중 대통령의
수상은 바람직하지만, 미사일 개발 등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③ 아직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통일이 가시화되지 않는 현 단계에서 김대중 대통령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④ 기타' 등
네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돼 있다.

이 설문 결과에 대해 '팍스 코리아나21'의 한 관계자는 "잠정
집계 결과 '공동수상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7%로 가장 많았고
3번 답인 '모두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답도 31%나
차지했다"며 "나머지는 2번 답이 25%, 무응답 포함 기타가
7%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노벨평화상 추천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은 6월까지 예비후보에
올랐다가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비록 국내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이지만, 노벨평화상 수상이 '시기 상조'라는
여론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4회 추천 경력, 청와대 홈페이지서 삭제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흐리는 또 하나 이유는 과거
'선정 시비'에 적잖게 시달린 노벨평화상이 최근 들어 개인보다는
단체 등 이례적 후보를 선호한다는 점. 예컨대 지난 97년엔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99년엔 '국경없는 의사회'가
수상하는 등 수상자가 일반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노벨평화상의
경우 노벨상 중 유일하게 개인이 아닌 단체 수상자를 허용하고
수상자를 당해 연도의 공로에 국한시키지 않는 등 '예측 불허'의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노벨위원회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115명과 35개 단체 등 총 150명. 개인으로는 DJ 외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광범위한 평화
중재 노력), 조지 미첼 전 미 상원의원(북아일랜드 분쟁 해소 공로),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과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
러시아 총리(발칸 반도의 평화 구축) 등이 올라 있고, 단체로는
구세군과 휴먼 라이츠 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인권 단체
등이 포함돼 있다. 단체 후보 중에는 코소보 사태 당시 알바니아계
난민 15만명을 수용했던 알바니아 북부 쿠커스 마을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DJ는 노벨평화상에 대해 '마음을
비운 상태'라고 한다. 오히려 청와대 내부 기류는 그동안
'색안경'을 끼고 보고 온갖 '구설수'를 몰고 온 노벨평화상을
차라리 대통령이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발 심정도 있다는 것.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남북관계에
전력을 쏟고 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얘기냐"며 "국민들이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볼 사안이 이처럼 왜곡돼 비쳐지는 곳도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이 구체적인
연유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대통령 경력난에
올라 있던 '노벨평화상 14회 추천' 구절이 지난 8월 삭제됐다는
사실도 청와대측의 이런 기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하다.

이래저래 10월 13일이 기다려지는 한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