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책 한권 정도는 통째로 외워라” ##
회사특성상 영어 잘하는 것이 업무의 기본인 대한항공에서도 심이택
사장은 가장 영어 실력이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냥 유창할 뿐
아니라 가장 정확하고 고급스런 비즈니스 영어를 구사한다고 주변에서
공인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어공부는 웬만한 문장, 또는 한권 정도의 좋은
책을 통째로 다 외워버리는 것이 최고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것이
지름길임을 강조한다.
내가 영어를 잘하게 된 것은 기회가 왔을때 이를 놓치지 않고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때 엄격한 교장 선생님께서 영어 공부를
지독하게 시키셨는데 당시 한장마다 9개 단어를 적어넣은 단어장을
화장실에다 걸어놓고 매번 2장씩을 외우고 찢어 버렸다. 단어를 다
외우려고 화장실에서 30분을 머문 적도 있었다. 강제로 공부할 수
밖에 없던 순간에 나는 더 열심히 했다.
대한항공에 입사해서는 처음 항공기 도입업무와 그에 필요한 차환
업무를 맡았다. 당시 영어 잘하던 직속상사가 이민가는 바람에
갑자기 그 업무를 맡았다. 외국인은 기술-재정-법률 등 4명의
전문가가 오는데 난 혼자서 다 맡아야 했다. 그때가 기회였다.
강제적으로 비즈니스 영어공부를 할 수 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요즘 직장인들이 영어공부 걱정을 많이 하지만 정작 실제로 하는
사람은 적은 것 같다. 우리 회사에서 어느 친구가 부장으로 승진할
업무능력은 충분한데 영어실력이 문제였다. 그 친구에겐 강제성이
필요했다. '차장으로 정년퇴직하든지 아니면 영어를 공부하라'고
경고했다. 부인에게도 전화했다. 결국 그는 영어선생을 집으로 불러
6개월동안 과외하면서 영어실력을 키웠고 부장으로 승진했다.
그렇게 강제성은 영어공부에도 필요한 요소다.
영어에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 4가지 기능이 모두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듣기가 가장 어렵다. 오키나와에 사는 30대 후반의 어느
일본인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그의 영어실력 비결은 오키나와에서
나오는 미군방송을 3년동안 무식하게 듣기만 했다는 것이었다.
영어공부에서 중요한 또다른 요소는 'Broken English'라도 할 수
있는 용맹성이다. '용감'이 아니라 다소 우직한 '용맹'이라고
말하고 싶다. 솔직함도 필요하다.
아일랜드에서 현지인들과 회의를 하는데 첫 5분동안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영어를 못알아듣는데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wait'라고 외치면서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이건 외국인이 알아듣기 힘든 아이리쉬 액센트'라며
모두 박장대소했다. 그런 다음에 오히려 신뢰가 쌓였다.
한번은 미처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해 미국 피닉스 공항에서 기다린
적이 있는데 흑인 직원에게 'What do you think the chance for me
to take your next flight?'이라고 길게 물었다. 그랬더니 고개를
갸우뚱하길래 다시 한번 말했더니 그제서야 'Half and half'라고
퉁명스레 대답했다. 그런데 바로 뒤의 미국인은 'What about
chance?'라고 단 3단어로 끝내는 게 아닌가. 그런 실용적인 표현은
이후 메모장에다 꼭 적어 다니면서 화장실에서 꼭 외운다.
직원들에게도 '외국공항에서 핫도그를 혼자서 제대로 사먹으면
영어공부 합격'이라고 말한다. 토마토, 케첩, 오이 등을 얹을지
말지 등을 일일이 말해야 하고 게다가 대부분 흑인 상인들이 비속어와
약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걸 제대로 사먹으면 영어공부에 성공이
아니겠는가.
외국어 실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려면 통째로 외우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어를 말할 때 모든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원어민이 아닌 한국인 입장에서는 통째
암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단어니 문법이니 따지지 않고 술술
나오게 된다. 그러려면 되도록 복잡한 책보다는 교과서나 단편소설
같은 것이 좋을 것이다.
기타 영어공부에 도움될 만한 원칙을 얘기하자면,
▶요즘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한달을 공부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반대다. '하루에 3시간씩
열흘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고 싶다.
▶자꾸 연습(practice)을 해야 한다. 하루 2~3시간 업무 등으로 연습할
시간을 가진 것이 내 영어실력의 비결이다.
▶한국인은 너무 양반 행세를 하려고 해서인지 입을 크게 벌리지
않는다. 하지만 서양사람은 목구멍과 혓바닥까지 다 보이면서 말을
한다. 입을 좍좍 벌려라.
▶영어를 처음 배울 때부터 되도록 말을 빨리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생각없이 자연스레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기초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