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회의 첩자를 찾아내라.”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13일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TV토론회 준비자료와 토론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앨 고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진영에 우송된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양 진영의 신경이 극도로 곤두서 있다. FBI는 그동안 예비조사만 진행해왔으나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사건을 형사사건으로 보고 전면수사에 돌입했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현재 부시의 고위 미디어 자문역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문제의 소포가 발송된 시간대에 텍사스주
오스틴 우체국 보안용 카메라에 잡힌 부시 진영의 한 여성 고용원이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보도했다. 이브텟 로자노라는 이 여성은 부시가
자문하는 '매버릭 미디어'의 직원이다. 로자노는 하지만 당시 자신이
보낸 소포는 한 의류 소매점에 반품하기 위해 보낸 옷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녀의 직속 상관인 마크 매키넌도 그녀의 결백을 보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BI는 이에 따라 지난 주말 부시의 선거전략가인
칼 로브를 30분간 신문하는 등 그녀의 윗선이 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부시는 1일 "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측근들의 행위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그 책임자가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공보 책임자인
카렌 휴스는 "이같은 음모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워싱턴의 누군가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장난을 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시 진영은
"FBI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내슈빌(고어의 선거본부 소재 도시)이 더욱
초조해 하고 있다"며 고어 진영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반면, 고어는 "그것(소포)을 누가 우리에게 보냈는지 전혀 모른다"며
"FBI가 한 부시 진영 관계자의 소행임을 밝혀냈다는 보도를 보았으나
그 이상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진영의 누군가가
계속해 내부 비밀자료들을 우리에게 보낸다면, 우리는 이를 FBI에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말 고어 진영의 마이클 도인이라는 직원이 부시
진영내에 숨은 '첩자'에 대해 알고 있다고 자랑한 사건이 고어측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도인은 한 친구에게 "부시 진영내에 부시가 어디로
가는지를 부시보다 먼저 아는 우리편 첩자"에 대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문제가 되자 그는 "사실에 근거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고어 진영은 그를 정직시킨 상태다. 부시 진영은 이에 대해 성명을 통해
"불안스러운 사태진전"이라며 "고어 진영내에 부시 진영의 정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종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많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뿐, 실제로 두 후보
진영간의 물밑 첩보전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