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10시.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이 증권거래소 기자실을
찾았다. 전날 사고의 복구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28일
이 증권사는 전산망이 완전 마비되는 '업계 초유의 사고'를
냈었다. 김 사장은 "전산이 완전 복구됐고, 고객이 입·출금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 동원증권의 한 사무실에는 '업무지침'
이라는 게 놓여 있었다. 제1항은 '수익증권을 제외한 입·출금
전면금지'였다. 실제로 일선 지점에 확인한 결과 고객들은
입·출금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김만규
동원증권 감사는 "입·출금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입·출금을 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고, 창구에서도 직원들이
안 된다고 하는데"라고 거듭 묻자 "전날 정산이 아직
안 끝나 입·출금을 자제해 달라고 고객에게 요청하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오전 11시50분. 문제의 사고가 발생한 동원증권 전산기계실을
찾아갔다. 한편에 직원 5~6명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나' 가보니 한 직원이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고,
나머지 직원들은 뒤에 서서 이 직원의 '플레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29일 동원증권 고객들은 하루종일 입·출금을 전혀 할 수
없었고,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한 주문도 낼 수 없었다.
동원증권의 사이버 거래 비중은 현재 전체거래의 50% 내외를
차지한다. 회사 경영진은 "전화로 주문하면 사이버 수수료만
받겠다"고 했지만, 전화 주문을 내면 영업사원들이 원장과
전날 거래내역을 확인해야 해 주문이 늦어지는 사태가
오후까지 이어졌다.

"전산이 완전 복구됐다"는 회사측의 발표는 고객들이
이날 느낀 불편과 전혀 감이 달랐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