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목동이, 이번엔 기업 카운슬러가 해냈다.”
'주경야독'한 미국의 풋내기 레슬러가 또다시 러시아의 거목을
꺾어 세계 레슬링 팬들을 놀라게 했다. 국제대회 무명이나 다름없는
미국의 브랜들 슬레이(24)는 28일 벌어진 시드니 레슬링 자유형
76㎏급에서 96애틀랜타 챔피언이자 세계선수권 3회 우승에 빛나는
러시아의 부바이사 사이티에프를 4대3으로 물리치고 8강에 올라
세계를 경악시켰다. 목장에서 소와 씨름하며 연습했다는 '목동
출신' 가드너가 전날 그레코로만형 130㎏이상급에서 '영원한
전설' 카렐린(32)을 누른 데 이어 두번째 사건이다.
더구나 슬레이는 경영학 분야 세계 최고 명문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워튼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인 것으로 밝혀져 러시아의
자존심을 더욱 긁고 있다. 9살 때인 84년 LA올림픽에서 레슬링을
보고 반해 '인생 진로'를 결정한 슬레이는 대학 시절까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힘든 길을 택했다. 전미 대학선수권에서 2차례나
준우승한 슬레이는 학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98년 무사히 워튼
졸업장을 따냈다. 그야말로 연봉 수십만달러가 보장된 유망한
카운슬러가 된 것.
그러나 슬레이는 어릴적부터 꿈꿔온 매트 위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슬레이는 미 대표팀에 선발된 뒤에도 하루에 6시간은
기업 투자 분석가로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훈련에 땀을 쏟은
'주경야독'의 생활을 계속했다.
국제 대회 수상경력이 전무한 슬레이는 "가드너가 카렐린을
쓰러뜨리는 것을 보고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기염을 토했다. 운동과 공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슬레이의
유일한 불만사항은 올림픽이 끝나면 다른 선수들과 달리 기업
회계장부와 계속 씨름해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