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표밭인 뉴욕의 월가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의 지지 기반이 역대 민주당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세력을 얻고 있다.

미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지수는 20세기중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47.3개월)는 매년 13.4%, 공화당 집권 동안에는 연평균
8.1%씩 각각 성장했다. 다우지수가 20% 포인트 이상 떨어졌던 허버트
후버나 그 다음 최악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모두 공화당 대통령.
반대로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시기의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민주당 소속이다. 하지만 월가와 미 기업계는 세금 인상 반대,
규제 완화, 시장 자율,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을 내세우는
공화당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고어가 월가에서 괄목할만한 선전을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집권 8년 동안 사상 최대의 주식
시장 호황을 기록했다는 경제적 배경하에서 이번 대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가의 존경을 받는 전 재무장관인 로버트 루빈
현 시티그룹 이사회 집행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고어를 지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뱅크 원 코프」의 대표이사 제임스 다이먼과
리먼 브라더스의 회장 리처드 펄드, 골드먼 삭스 국제부문 부회장
로버트 호머츠 등도 노골적인 고어 지지파다.

물론 더 많은 월가의 중량급 선수들은 부시 진영에 포진한다.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차알스 쉬웝의 회장이나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투자은행의 대표이사 앨런 휘트, 골드먼 삭스사의
공동 사장 존 세인, 베어 스턴스사의 대표이사 제임스 케인 등이
모두 부시파다.

월가 거물들의 개별적인 지지 성향과 소속 회사의 기부금
방향은 전혀 별개다. 메릴 린치나 시티그룹, 찰스 쉬웝, 골드먼 삭스,
모건 스탠리 등은 모두 양쪽에 「보험」을 들고 있다. 액수(6월말
집계)에선 부시쪽(350만 달러 모금)이 고어의 120만 달러의 세배나
된다.

찰스 쉬웝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그레그 밸리어리는 『직종별로는
주식 투자가들이 대개 부시를 지지하는 반면, 금리 안정과 저인플레이션을
무엇보다도 선호하는 채권 투자가들은 부시의 강력한 세금 감면 공약이
가뜩이나 활황인 경제를 부채질해서 오히려 금리 인상을 초래할까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가가 원하는 최상의 선거 결과는 『공화·민주 양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갈라 먹는 것』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분석가 로버트 리탄은 『분할된 정부야말로
한쪽에다 건 내기의 위험성을 안전하게 회피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의회와 백악관의 관계가 교착상태를 이루어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상황이 종종 시장과 경제에는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야기다. 사사건건 맞서는 정치인들 탓에 경제가 엉망이라는
우리의 현실과는 크게 다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