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다섯 가지 이야기 ##


똑같은 얘기라도 어떤 형식을 빌어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CEO가 빠지기 쉬운 5가지 유혹'(위즈덤하우스
발간)이 바로 그런 책이다. 사실 '성공한 CEO'에 관한 책은
그 종류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이 책은 비즈니스
우화 형식을 빌어 실제 우화보다 몇 배 더 재미가 있다. 국내에도
방영된 바 있는 미국의 텔레비전 공상과학 괴기물 '환상특급
(Twighlight Zone)'을 보는 것과 같은 서스펜스와 스릴을 느끼게
한다. 지극히 평범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마치 난생 처음
들어보는 것처럼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자 패트릭 렌시오니가
설치해놓은 이런 장치들이 절묘하게 효과를 나타내 '5가지 유혹'에
대한 실감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엔지니어링 계통인 트리니티 시스템사의 초년생 CEO
앤드류 오브라이언. 앤드류는 1년간의 경영실적을 보고하는 첫 번째
이사회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앤드류는 CEO 취임
1년만에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런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진 앤드류는 자정을 넘겨 회사를 나온다.
그는 늘 다니던 오클랜드로 넘어가는 베이교에 차량이 한 대도 없음을
보고 이 길이 자정부터 새벽까지 공사 예정이라는 예고를 떠올린다.
앤드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사무실에서 두 구역 떨어진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열차를 탔다.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 그런지
전동차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열차가 샌프란시스코를 빠져나가는
30분 동안 앤드류는 서류 작업을 할 생각이었으나 심신이 지쳐 그는
멍한 표정으로 환승역 지도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때 객차간 연결출입문이 열리며 나이가 지긋한 남자가 들어온다.
앤드류는 경비원 복장을 한 그의 앞가슴에 '찰리'라는 명찰이 회색 상의
주머니에 붙어 있는 걸 발견했다. 앤드류의 '환상특급'은 이렇게
시작된다. 앤드류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 경비원 노인이 이끄는대로
질문에 답한다.

-내게 말해 봐요. 앤디(Andy), 당신의 일생 중 최고의 날이
언제였지요?

"제가 CEO로 승진한 바로 그 날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로
일년 전 어제의 일이었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두 번째로 좋았던 날은 언제였나요?

“부사장으로 처음 승진했던 일과 억대 연봉을 돌파한 순간입니다”

-좋아요, 앤디.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첫 번째의 유혹에 넘어간 것 같습니다. 그것도 가장 치유하기
어려운 유혹에 넘어간 것 같아요.

"선생님은 무슨 이유로 제가 첫 번째 유혹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도대체 첫 번째 유혹이 뭡니까?"

이야기는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유혹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할 때 때때로 전동차 안의
불이 꺼졌다가 들어오고 전동차가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극적 효과를 높여 두 사람의 대화에 빨려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긴장과 침묵이 적절하게 배합된다. 앤드류는 의문의 노인을
쫓아 허겁지겁 전철을 내리다 서류 가방을 놓고 내린다. 그리고
잠에서 깬다. 꿈이었던 것이다.

저자 패트릭 렌시오니는 경영컨설팅 회사 테이블그룹의 회장이면서
어떻게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그가 몇 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쓴
경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풀린다.

이 책은 분명 CEO에 관한 얘기다. 하지만 CEO가 아닌 사람도 반드시
읽어볼 만한 대목이 있다. 특히 정치 지도자에게 '다섯 가지 유혹'은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는 네 번째 유혹을 말하면서 이런 조언을 한다.

'불협화음을 용인하라. 임원들이 생각의 차이를 도출하도록 부추길
것이며, 그것도 아주 열성적으로 드러내 놓도록 부추겨라. 시끌벅적한
회의야말로 진보의 표현인 경우가 많다. 점잔빼는 회의는 정작 중요한
사안을 단상에 꺼내놓지도 못하고 있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된 공격은 막되, 중요한 생각의 교환을 완전히 봉쇄해 버리는
정도까지는 막지 마라'

지금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은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