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사본이었다. 아마 복싱의 최강자 펠릭스 사본(33·쿠바)이
시드니올림픽 복싱 헤비(91㎏)급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관심을 모은
마이클 베닛(29·미국)과의 8강전에서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끝에
3회 1분57초 만에 RSC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지난 86년 헤비급 세계선수권 우승을 시작으로 올림픽 두 차례
우승, 세계선수권 여섯 차례 우승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사본은
이로써 선배 테오필로 스티븐슨(72·76·80 수퍼헤비급)의 뒤를
이어 올림픽 3연패의 대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언론들은 이 경기를 '복싱 영웅과 죄수 복서'의 대결로 관심의
초점으로 삼았지만 베닛은 사본의 상대가 안됐다. 사본은 1m98의
큰 키를 이용, 치고 빠지는 복싱으로 베닛의 안면을 집중 공격해
1회 7―2로 앞섰고 2회 1분쯤에는 그로기로 몰고 갔다. 대학 시절
무장강도 혐의로 복역 중 복싱을 배웠고 98년 석방된 베닛은
현 WBA 챔피언 홀리필드의 코치에도 불구하고 3회 들어 8―23으로
더욱 열세를 보였고,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99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료 선수에 대한 편파 판정에 항의, 경기를
포기함으로써 일곱 번째 세계선수권 우승을 놓친 사본은 당시 우승자
베닛을 물리침으로써 최강임을 과시했다. 사본은 링 위에서 네 방향
모두를 향해 섀도 복싱 자세로 인사를 한 뒤 퇴장했다.

한편 북한 김은철이 26일 복싱 라이트플라이급(48㎏) 8강전에서
이반 스타포빅(리투아니아)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김은철은 매 라운드마다 우세를 지킨 끝에 22대10로 이겨 동메달을
확보했다. 김은철은 28일 결승 진출을 놓고 스페인의 로자노와
결전을 벌인다.

( 시드니=나종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