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은 22일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샴 쌍둥이에게 몸을 분리수술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샴쌍둥이 분리수술은 쌍둥이 중 한 명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은 곧바로 격렬한 윤리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의사들이며, 이번 판결은 제2심으로
항소심 판결이다.
지난 달 4일 맨체스터의 성 메리 병원에서 태어난 메리(가명)와
조디(가명) 자매는 머리와 팔다리는 따로따로지만 하복부는 하나로
붙은 샴쌍둥이. 샴이란 태국을 말하며, 태국에서 몸이 붙은 쌍둥이가
처음 출생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조디는 건강한 반면 심장과
폐가 없는 메리는 조디에 의존해 생존해왔다. 조디의 몸이 대동맥을
통해 메리의 피에 산소를 공급해주고 있다. 의사들은 이들을 그대로
두면 둘다 죽을 확률이 80%라고 진단, 분리 수슬을 결정했다.
그러나 분리수술은 메리에게는 목숨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들인 부모는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를
죽게 하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술에 반대하고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둘 다 죽는다 해도 그것이 신의 뜻』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사들은 조디의 심장이 6개월 이상을 버티지 못할 것이므로 수술을
통해 한 명이라도 살려야 한다고 부모들을 설득해왔다.
영국 법원의 앨런 워드 판사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무척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워드 판사는 "메리는 조디의 생명력에
의지해서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고, 이런 형편은 결국 조디도 죽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쌍둥이의 부모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하며 "무엇보다도 한 쪽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한 결단이었고,
살아남을 확률이 있는 아이를 구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가톨릭 교도와 생명존중 단체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수술에 반대해온 머피 오코너 로만가톨릭교
대주교는 "다른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고한 생명을 죽게하는
판례가 영국법에 남을까봐 심히 우려된다"며 판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모측 변호사인 존 키칭험은 제3심 최고법원
상고여부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쌍둥이의 부모가 판결에
실망하긴 했지만, 그들의 견해와 도덕적 관점은 변치 않고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