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9월21일자 경제면 주요 예정기사
△ 대우차 처리방안 지연으로 현대차, GM 등 입찰참여 결정 지연
△ 통계청, 7월중 서비스업 동향 발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으나, 6월 한달에 비해서는 증가세 둔화.
△ 재경부장관, 금감위원장, 산은총재 간담회
△ 중소기업청, 자금난 중소기업에 100억 특례지원
△ 공정위, 은행연합회에 은행여신거래 관련 표준약관 개정권고
△ 국제유가 소폭 하락세: 두바이유는 전날0.64~0.67달러 하락한
31.02달러(11월인도분), 31.46달러(12월 인도분).
브랜트유-서부텍사스유도 1달러 미만 하락. 단기급등에 따른
경계성매물로 하락세
△ 주식시장 급반등: 단기낙폭 과대에 따른 주가 반등
■ 취재일기: 대우차 지난 1년
□ 다음은 자동차업계와 음식료업계를 담당하는 김종호 기자의
이메일입니다.
▶ 2000/9/20
안녕하십니까. 김종호 기자입니다.
지난 15일 미국 포드자동차가 돌연 대우자동차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자 증시가 폭락하고,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정부와 채권단은 한시바삐 재입찰을 통해 대우자동차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상황이 말처럼 쉽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수후보의 하나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파트너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이미 '대우자동차에 관심없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대우차 재입찰에
참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도 대우차 인수가능성과 관련해 주가가
하루에 4.1%나 하락하고, '대우차 인수전의 승리자가 월스트리트의
패자가 될 것'이라는 뉴욕 증시 분석가들의 우려까지 나오자 대우차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채권단, 국민들 모두는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이 무엇이며 누가 잘못했는가
하는 책임론도 나오고 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돼
버렸습니다. 오늘은 지난해 8월 이후 대우자동차가 어떻게 변했는가,
또 구조조정은 얼마나 했는가에 대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지난 8일 대우자동차가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한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대우차는 올 상반기에 약 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출은 내수·수출 증가에 따라 작년 상반기보다 13%
증가한 3조82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익은 3193억원 적자가 났고,
경상손실은 지난해보다 97.2% 늘어난 9282억원, 순손실은 97.6%
증가한 929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대우자동차는 분식결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각비용과
지분법 평가에 따른 해외법인의 손실이 반영돼 손실규모가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6월말 현재 대우자동차의 자산은
17조7835억원으로 작년보다 13.9% 줄어든 반면, 부채는 17.5% 늘어난
18조2267억원으로 자본 잠식상태입니다. 한마디로 자본금을 다
까먹고, 적자상태에 놓인 회사라는 얘기죠.
말이 쉬워 부채가 18조원이지 이는 천문학적인 숫자입니다. 한 기업이
이렇게 큰 부채를 갖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 8월
채권단 합의에 따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대우자동차는
나름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일단 회사에서 집행하는 돈은 100만원 이상이 되면 채권단의 승인을
얻어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매출액이 3조원이 넘는 회사에서
100만원이상 쓸 때마다 일일이 사유를 적어 채권단 승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일 것입니다.
임직원 수도 줄었습니다. 120명에 달했던 이사이상 임원은 현재
70명밖에 남아있지 있지 않습니다. 또 일반직원 가운데 사무직 직원은
희망퇴직자 716명을 포함, 약 1200명이 나갔고, 생산직은 이보다 크게
적은 500명 가량이 퇴사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생산직 1만2000명,
사무직 5000명 등 1만7000명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얼핏보면 직원 수를 별로 줄이지 않았다고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지난 98년 IMF경제위기 직후 인원을 대거 줄인 상태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또다시 줄인 것이기 때문에 줄어든
숫자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고 대우자동차 홍보실은 주장합니다.
특히 사무직의 경우는 적정 인원보다 모자라는 상태입니다. 옆자리
동료가 퇴사하는 바람에 일이 두 배로 늘어난 직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대우자동차를 실사하러온 포드는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이렇게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다니 놀랍다. 우리가 인수하면 즉시
인원을 충원해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지난 97년 7월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된
후 법정관리를 거쳐 현대자동차에 매각되기 전까지 계열사를 포함해
5만명에 달했던 인원이 3만명으로 줄었습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퇴직금이라도 받자고 생각한 직원들이 97년 9~10월까지 상당수
자발적으로 사표를 냈습니다. 여기에 97년말 IMF한파까지 겹치자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상당수의 직원들을 정리해고
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는 기아자동차 인수이후 한명도
해고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인수전에 정리가 끝났기 때문입니다.)
대우자동차의 임금수준은 지난 98년 이후 경쟁업체인 현대자동차
대비 70% 수준을 유지해 왔습니다. 14년째 근무중인 한 생산직
직원은 자신의 평균 연봉이 2500만원선이라며 아이가 내년에 대학에
가는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사무직 직원들 가운데
연봉제가 적용되지 않은 대리급 이하직원은 8월 상여금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채권단과 대우자동차 경영진은 포드가 대우차를 인수할
것으로 믿고 지난 8월 임단협에서 지난 2년간 삭감됐던 복지
후생비(연 300만원 정도)를 다시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포드가 인수를 포기함으로써 다시 표류하게 된 대우자동차는
9월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직원들은 맞벌이를 하거나, 야간에 호프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부업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량도 줄어 부평공장의 경우는 워크아웃 이후 야간근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간자 생산라인은 2년전부터 야간근무가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군산공장은 상대적으로 바쁜 편입니다. LPG차 레조
주문이 밀려있기 때문입니다.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판매도 경쟁사와 비교해 볼 때 상대적으로 위축된 상태입니다.
올 1월~8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한
22만2056대였으나 시장 점유율은 22.7%나 줄었습니다. IMF한파 때
자동차 구입을 미루어왔던 소비자들이 올해 차를 많이 구입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수요가 증가했으나,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 제품을 많이 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우자동차
점유율은 낮아진 것입니다.
특히 승용차 부분만 보면 지난해보다 점유율이 26.7%나 줄었습니다.
수출은 4.7% 감소한 38만555대를 기록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0.2%
감소한 60만2611대입니다. 대우자동차 대리점에서 그나마 많이
판매되는 차종은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레조와 최근 나온 경차
마티즈∥라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우차의 처지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하루빨리
경영정상화가 이뤄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대우차의 현
경영위기는 대우차 임직원들이 자초한 것이라는 점에서 뼈를 깎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또 생각합니다. 최근 밝혀진 대우자동차
분식결산 사례에서 보이듯이, 실제로는 회사의 경영이 어려운데
임직원 모두 진실을 외면하고 대충대충 경영을 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우자동차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단위조합 노조 가운데
기아자동차와 쌍벽을 이루는 강성 노조였습니다. 노총이 파업을 하면
항상 앞장서서 해, 현재 유럽에서 방랑생활을 하는 김우중 전
대우회장도 쩔쩔맸었습니다. 대우자동차 노조는 지난 4.13총선
당시에도 공기업화를 쟁점화 시키기 위해 여러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며 유세장으로 나가 유권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배포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당시 국회의원 후보로 나왔던 분들 특히 경인지역
후보들은 여야 막론하고 해외매각 반대, 공기업화들을 주장했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공염불이었음이 탄로날 것이 뻔한
일이었는데도 당장 눈앞의 표를 의식해 무책임하게 외쳤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입에 발린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어야
했던 대우차 노조원들은 총선이 끝나자 마자 대우차 문제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의원들을 보면서 배신의 쓴잔을 마셔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 근로자들이 파업을 한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되는 얘기였습니다. 사실 대우그룹 도산 이후
대우자동차가 지난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노조는 줄기차게
공기업화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약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 다른 자동차회사의 노조가 별로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노조 등은 '대우차의 해외매각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대우차
노조와 함께 하면서도, 대우차를 공기업으로 만들기보다는
현대자동차가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노동계 내부의 세력 판도도 감안돼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기아자동차 노조에 이어 대우자동차 노조까지 현대자동차 노조의
영향권 내에 편입시킨다면 세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대우차 노조는 6월말 포드자동차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는
투쟁 방향을 바꿨습니다. 현실론이 강하게 대두했기 때문입니다.
고용보장 조항을 매각조건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외국계
은행 서울지점장들에 따르면, 대우차 노조가 포드측에 5년간 고용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하여, 포드가 인수를 재고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편 대우차 노조는 민노총 내부에서 상당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4.13 총선을 전후해서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구속된 추영호 노조위원장이 4개월째 옥중에 갇혀있어도
석방을 위한 민노총의 지원이나 연대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대우차 노조의 한 간부는 '대우차 매각과정에서 민노총이 제대로 된
투쟁지침 한번 정해주지 않았다'며 섭섭함을 표시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대우자동차 노조는 현재 27일 열릴 예정인 17대 위원장
선거를 위해 준비하느라 대우차 매각문제에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조합원 수가 1만2000명에 달하지만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석유위기까지 겹치면서 또다시 경제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분단이후 처음 맞이한 남북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퇴색될 것을 걱정도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우자동차를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측면에만 매달려
헐값에 아무에게나 매각할 경우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포드가 인수를 포기하는 바람에 해외업체에
단독매각하는데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조속히
처리하면서도 손해보지 않고 매각하는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 김종호 드림tellm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