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6ㆍ25 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아들 쌍둥이를 낳았지만
다 키울 여력이 없어 한 아들을 부잣집에 넘겼다. 전쟁과 가난과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엇갈린 삶을 살던 형제는
인생의 외나무다리에서 비극적으로 마주친다. …'

김민기의 극단 학전이 최근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막올린 뮤지컬
'의형제'(김민기 번안ㆍ연출) 속 기구한 인생유전 드라마는
신파극을 닮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감상 같은 것을 걷어낸 채
한국인이 통과해온 고통스런 시절들을 음미하게 만든다. '의형제'는
6ㆍ25가 한창이던 1951년에 시작해 79년 박정희 대통령 시대가 막
내리기까지가 배경이다. 한국인들에게 특히 힘겨웠던 세월, 그리고
연출자 김민기가 '친구' 등의 노래로 상대했던 그 시대다.

부잣집에 입양된 현민과 가난한 어머니 밑에 그냥 남은 무남의 삶은
이 세월 속에서 양지와 음지로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부잣집 현민이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와 미국 유학을 가는 동안 무남은 철공소 직공을
거쳐 해병대로 간다. 무남이 뒷골목을 떠돌다 살인강도 공범으로
전락할 무렵 현민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오른다. 공교롭게도 어릴
때부터 가까운 거리에 살며, 어처구니 없게도 '의형제'까지 맺었던
형제는 한 여성을 놓고 연적 같은 사이가 되기까지 한다. 이들이
모든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은 이들 인생의 비극적 종착역이 된다.
"저 새끼처럼 될수만 있다면"이라고 뇌까리던 무남의 비극은
민족의 비극이다.

'의형제'는 현대사를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주제의식과 '재미'를
행복하게 공존시키고 있다. 관객은 가난 때문에 젖먹이를 부잣집으로
보내야 했던 어머니, 힘겨운 피난 생활 등 고통스런 시절에 반추의
대목에서 눈물 젖기도 하고 군용 모포 옷을 입고 숯검정 묻힌 얼굴로
전쟁놀이하는 어린애들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가슴 아린 이야기의
사이사이엔 한국적 유머들도 이어진다.

이 지극히 한국적인 뮤지컬이 사실은 '리타 길들이기'의 영국
작가 윌리 러셀이 쓴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thers)를 번안한
작품이란 사실은 다소 놀랍기까지 하다. 김민기는 이미 '지하철
1호선'이나 '모스키토'에서 보여줬던 창작같은 번안의 솜씨를 또
한번 발휘했다. 내년 말까지 무려 1년 6개월간 연속 공연한다.
(02)763-8233.

(김명환 문화부 차장대우 m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