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상황은 홍콩 금융계의 한국투자담당 데스크들에게도
어둡게 비치고 있다. 반년 넘게 끌고 있는 현대사태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다른 기업 구조조정도 미진하기만
하다. 한빛은행 부정대출사건이 상징해주듯 한국 금융계의
구습은 여전하며 구조조정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라고
이들은 보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포드사의 대우자동차 인수포기 발표는 그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홍콩 금융계의 한국담당 데스크들은
종일 『한국 주식 팔자』 주문에 바빴다. 만약 포드사가
대우차를 인수했더라면 재벌 구조조정은 물론, 금융상황도
호전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제 투자은행(Investment bank)들의
아시아 본부는 대부분 홍콩에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지난
8월 말부터 보유한 한국 주식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당분간
한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전략판단에 따라서다. 금융계
소식통은 『한해 동안 투자한 주식들을 처분, 현금화하는
장부마감(Book Closing) 조치는 통상 연말에 이뤄지는데,
올해는 이미 정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한국정부 관리들은 『왜 낙관적인 것은 보지
않고 비관적 전망만 내리느냐』고 홍콩쪽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시장 분위기가 이렇다』고 전하는 금융계
리포트에 대해서도 한국관리들은 『왜 우리 발표를 믿지
않는가』라고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IMF위기」 직전에도 한국관리들은 한국 금융사정이
악화하고 있다고 리포트한 홍콩의 국제금융기관들에 『허위
리포트』라며 거칠게 항의했었다. 홍콩금융가는 현 한국정부
경제팀이 지난 정권과 비슷하게 닮아가지 않나 우려하고 있다.
상황을 자기네 좋은 쪽으로만 해석한다든지, 인위적 경제조치를
남용하는 모습이 갈수록 비슷해져 간다는 것이다.

( 함영준·홍콩특파원 yjhah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