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예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완패한 한국 축구가 17일 오후 6시(한국시각) 모로코와 물러설 수 없는 일전을 벌인다. 한국은 모로코를 반드시 꺾어야 20일 칠레와 8강진출을 다툴 수 있게 된다.

모로코는 14일 칠레에 1대4로 패하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4대6 정도였고, 선수들의 기량도 칠레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는 게 칠레-모로코전을 지켜본 기술 위원들의 분석이다. 모로코가 실점을 많이 한 것은 중앙 수비수인 치부키가 전반 5분 만에 퇴장당해 수적으로 열세였기 때문이라는 것.

모로코 공격의 핵심인 엘 무바라키는 돌파력과 스피드가 좋아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분석됐다. 엘 무바라키는 미드필드의 아부부와 사프리로부터 공을 받아 개인돌파를 시도하거나,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도 했다.

반면 일자 스리백은 칠레의 좌우측면 돌파를 많이 허용했고, 조직력이 허술해 뒷공간도 많이 비었다. 특히 중앙 수비인 치부키가 퇴장 당해 한국전에 못나오는 것도 한국팀으로선 ‘호재’다.

한국으로선 공격 위주의 경기운영이 불가피한 실정. 허정무
감독은 16일 "이동국을 김도훈의 투톱 파트너로 삼고, 컨디션이
안 좋은 고종수 대신 이천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국은 부상 후유증으로 제
컨디션은 찾지 못했지만, 스페인전 후반에 나와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문제는 수비 조직력 정비. 홍명보의 빈 자리가 워낙 커 보이지만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맞아가는 강철이 중앙수비로 나서면 스페인전
같은 '붕괴'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목부상에서 회복된
박진섭도 투입되며, 수비형 미드필더 김상식은 엘 무바라키를 전담
마크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이다. 허정무
감독은 14일 스페인전 패배 직후 "선수들이 너무 경직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유고전,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자신감을 되찾지 못한다면 모로코전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