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시는 엄마께 금메달의 기쁨을 안겨드리고 싶었는데….”
16일 오전 시드니 국제사격센터. 여자공기소총 결선에서 마지막 10번째
방아쇠를 당긴 강초현(18·유성여고 3)은 사대 바로 앞의
모니터에 9.7이라는 점수가 새겨지는 순간 뒤를 돌아봤다.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에 놀란 눈.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곧 이어
초롱초롱한 강초현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경기장에 응원 온 선수단 임원들을 생각해 애써 웃는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와 고생하시는 엄마 생각에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에서 TV를 지켜보던 어머니 김양화(40)씨도
그 순간 왈칵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TV에 대고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서운해하지 말라"고 위로하면서도 계속 눈물을 훔쳐냈다.
강초현은 지난해 5월 아버지(강희균)를 여의었다. 해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아버지는 1971년 수류탄 공격을 받아 오른쪽 발목을
잃었고 10여년 전엔 나머지 다리마저 후유증으로 잘라낸 상이용사.
매달 50여만원의 국가 유공자 연금을 받는 강초현 가족이 대출금 원리금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은 월15만원 남짓.
남편 수발에 지쳐 병까지 얻은 어머니가 용돈이나 몇푼 버는 넉넉지 않은 살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강초현은 두 다리가 없는 아버지를 업고 병원에 다니는가 하면,
어머니에게도 효도를 다한 소녀였다고 마을 주민들은 말했다.
강초현은 유성여중에 입학하면서 체육 교사로 사격감독이던 8촌 오빠
강재규(38) 감독을 만나 총을 잡았다. 천부적인 재질을 보인
강초현은 지난해 3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올 봄
대표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7월 애틀랜타 월드컵대회에서는
본선 399점의 세계 타이기록으로 우승,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첫 금을
쏘아올린 여갑순의 뒤를 이을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너무도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강초현은 시상대에서 환한 웃음을 짓는
여유를 보이며 4년 후를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