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지와 빵집 주인
코키 폴 그림, 로빈 자네스 지음
김중철 옮김·비룡소
욕심쟁이 악당을 통쾌하게 골탕먹이는 것 만큼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짧은 줄거리의 이 동화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중동의 가난한 여행자 샌지가 어느날 전설의 도시 후라치아에
도착했다. 작고 아늑한 방에 여장을 푼 샌지는 아침저녁으로
빵가게에서 올라오는 향긋한 냄새에 취한다. 하지만 욕심많은
빵집 주인은 빵은 사지 않고 냄새만 맡는 샌지가 괘씸해 "빵
냄새 값을 내라"고 억지를 부린다. 결국 재판관을 찾은 두 사람.
판사는 샌지에게 "은닢 다섯냥을 구해오라"고 명령한다. 무일푼
샌지는 친구들을 차례로 찾아가 돈을 빌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지만 이건 좀 억울하다. 정말로 판사는 그 돈을 빵집주인에게
주라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판사는 샌지에게 동전들을
놋쇠그릇 속에 하나씩 떨어뜨리게 하고 그 소리를 빵집 주인에게
잘 들으라고 한다. 이어 내려진 명판결. "이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바로 빵 냄새 값이니라."
베니스의 상인에서 역전패한 샤일록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잔인하지 않은 권선징악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고, 코키 폴의
코믹하면서도 꼼꼼한 그림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