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 동시입장...아리랑 선율맞춰 손에 손잡고 행진 ##
그것은 감동이었다. 시드니 올림픽을 지구촌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
만든 결정적인 이벤트였다.
15일 오후 8시50분(한국시각 오후 6시50분) 호주 시드니 홈부시베이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올림픽 주경기장). 흰색 바탕에 옅은
푸른색의 한반도기를 앞세운 '코리아' 선수단 180명이 케냐 선수단의
뒤를 이어 경기장 북측 입구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장내 아나운서가
"분단국인 남한과 북한의 선수단이 하나의 코리아 팀으로 입장한다"고
말하는 순간, 스탠드를 가득 메운 11만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스탠드 한쪽에 자리한 호주교민들도 손에 손에 든 태극기와
한반도기를 흔들며 우리 선수단을 열렬히 환영했다.
로열박스에 자리잡은 사마란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사마란치 부인을 대신해 시드니올림픽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한 돈 프레이저(멜버른올림픽 수영 3관왕), 세계 각국에서 온 왕자와
공주 등 로열패밀리, 클린턴 대통령의 딸 첼시도 모두 하나가 돼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IOC위원석에 앉아 있던 김운용 대한올림픽위원장과 장웅 북한
IOC위원이 손을 마주잡은 정겨운 모습으로 박수를 받으며 스탠드를
걸어 내려가 정은순(한국)·박정철(북한) 두 기수가 든 한반도기 뒤에
자리했다.
'시드니 2000 오케스트라'가 절묘한 화음으로 한민족의 민요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남·북한 선수와 교민들은 나직이
따라 부르며 민족이 하나됨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코리아'란
피켓을 든 피켓걸의 움직임을 따라 행진이 시작됐다. 두 IOC위원의
뒤로는 이상철 한국선수단장과 윤성범 북한선수단장이, 다시 그
뒤로는 남·북한 임원들이 역시 손을 잡은 모습으로 섞여 앞으로
나아갔다. 선수들은 남 북 남의 순서로 10명씩 줄을 맞춰 행진했다.
왼쪽 가슴에 작은 한반도 표지가 달린 짙은 감색의 재킷, 베이지색
바지와 스커트, 흰 드레스셔츠에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담은 오렌지색
넥타이가 화려한 조명 아래 더 없이 잘 어울렸다.
남·북한 선수들은 마치 형제처럼 또는 자매처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며 본부석 앞을 지나 정해진 곳에 자리했다. 일부 선수들의
눈시울이 붉어져 있는 모습이 그리 멀지 않은 기자석에서도 보였다.
관중들의 박수는 코리아의 뒤를 이어 쿠웨이트, 키르기스스탄,
라오스가 입장할 때까지 그칠 줄 몰랐다.
1956년 역시 호주 멜버른 올림픽에서 당시 동독과 서독이 동시입장한
이후 분단국가가 올림픽에서 동시입장하기는 34년 만에 처음. 시드니
올림픽의 남·북한 동시입장을 통해 호주는 또 한번 '평화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서인지 현지 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공동기수로 나선 정은순은 입장식 아침 인터뷰에서 "전세계가
주시하는 가운데 박정철 북한 감독과 나란히 깃발을 들어 한민족의
역량을 과시한 게 크나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