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을 위한 대안학교는 없더군요. 그래서 '생태이념'과
'평등이념'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장애우 10명과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쳤습니다."

충남 금산군 남이면 흑암분교. 폐쇄된 이 학교에 지난
6월부터 우리나라 최초로 장애인용 대안학교인 '장애우
평등학교'를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낡은 교실 바닥과 벽을 뜯어내고
장애인들이 살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벽돌도 쌓고 시멘트도
바르며 조금씩 학교를 꾸며가고 있는 것.

이 학교 건립의 산파역을 맡고
있는 '환경지킴이' 정요섭(41)씨는 "'경쟁'과 '속도'에
허덕이는 요즘 일반인들의 삶에서 벗어나 장애우의 시각에서 자유롭고
평등한 가족공동체 및 생태공동체를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문을 열게 될 이 학교는 정씨가 강사로 참여했던 장애우 시공부 모임인
'시인의 나라'에서 출발했다. 정씨는 "시설에 수용된 채 도움만을
바라는 '장애인'이 아닌 서로가 도우며 사랑하는 '사람'으로 우뚝
서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교육은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과정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들꽃 기르기, 생태 공부, 시 쓰기,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사진 찍기, 악기 다루기 등 장애우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다뤄보기로 했다. 또 장애인들 스스로가 교육 프로그램 설계에 참여,
'배움'과 '가르침'을 통일시키기로 했다.

'느리게, 낮게, 작게'가
이들의 모토. 그러나 큰 '울림'을 펼칠 장애우 평등학교가 이곳에
자리잡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출입할 수 있도록 '높은
턱'이 없는 건물을 우선 찾아야 했던 것.

정씨는 전국의 폐교
100여군데를 찾아다닌 끝에 나지막한 1층짜리 흑암분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애를 먹었다. 장애인들이
마을을 들락거리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정씨가 2주일
넘게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처음에는
껄끄럽게만 생각했는데 다 편견이었던 거죠. 접해 보니 순수하고
점잖습디다. 농삿일이 바빠 잘 도와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마을
이장 김래식(67)씨의 말에 정씨는 "주민들이 경운기도 빌려주고
틈틈이 찾아와 먹거리도 갖다준다"고 귀띔했다.

대부분 고령인 마을
'어르신'들이 이제는 이 곳 장애인들의 든든한 '빽'이 된 셈이다.
장애우 평등학교가 펼쳐 나갈 '꿈'에 부푼 가족들. 하지만 그 꿈을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아직도 많다.

'시인의 나라' 장애인들이
최근 펴낸 시집 '반짝이고 글썽이는 것들'의 인세와 후원금이 수입의
전부인데 벌써 바닥이 난 상태. 추워지기 전에 보일러를 놓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이 곳 가족들은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인 양
밝은 표정들이었다.

말소된 주민등록을 얼마 전 다시 살리면서
'나'라는 '존재감'을 처음으로 느꼈다는
오정희(여·37·근육이완 장애)씨. "삶에 대한 희망만으로도
우린 웃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