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을 수행 중인 이정빈 외교부 장관이 7일 오후 2시쯤
(한국 시각)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3층, 한국 기자단 프레스센터에
나타났다. 8시간 뒤의 한·미 정상회담에 관해 미리 브리핑하기
위해서였다.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이
논의되느냐'는 질문에 이 장관은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하기 위해)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일부러 그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4자회담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의를 구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뉴욕과 서울의 시차와 서울에서의 마감시간 때문에 회담 전에
기사를 미리 송고했던 한국기자들은 이 '4자회담 논의'를 중요하게
다뤘다. 정상회담은 대개 사전에 양국 실무자들끼리 조율한 대로
진행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 11시30분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러 온 박준영 청와대
대변인의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다. "4자회담은 논의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미 많은 신문에 '4자회담' 소식이 활자화된 이후였고, 한국
기자들은 '4자회담' 이야기가 빠진 새 기사를 뒤늦게 송고하느라
소동을 벌여야 했다.

이런 상황은 왜 발생했는가.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참석한
김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한반도 문제였던 반면, 클린턴 대통령이
가장 염두에 둔 의제는 중동문제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4자회담
이야기를 김 대통령과 나눌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회담을 준비한 한국 외무장관의 희망과 회담장에 나온 미국
대통령의 생각은 거리가 있었고, 결국 김 대통령은 4자회담 문제를
아예 거론하지 못했다. 한국 외교는 아직 배울 게 많은 것 같다.

( 김민배 정치부차장 baibai@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