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 환경보호-빈곤 극복에 종교가 앞장을 ##
종교인들은 자신의 신앙에 의지하여 삶의 절대 가치를 추구하며,
다른 신앙에 대해서는 통상 배타적인 태도를 가진다. 그런 종교인들이
과연 다른 종교인들과 함께 인류의 공동선을 추구해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세계 종교 및 영성 지도자들이 지난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 모였다.
이번 회의는 테드 터너 CNN 회장의 제안으로 바와 제인 사무총장을
비롯한 수 십 명의 실행위원들이 2년 여에 걸쳐 노력한 결과 이루어졌다.
회의장은 전세계로부터 모여든 500여명의 각 종교 대표자들로 연일
북적거렸다. 그 중에는 바티칸 종교간 대화위원장인 아린제 추기경,
세계교회협의회(WCC) 콘라드 라이저 총무, 세계이슬람연맹 압둘라 알
오바이드 사무총장, 일본 천태종 와타나베 종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세계 평화를 위한 발표자들의 제언에 귀를
기울였다. 종교가 평화 정착을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지구
환경의 보호와 빈곤 극복을 위해 종교인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
같은 종교 전통 내에서마저 싸움을 일삼는 종교인들이 과연 세계
평화를 위하여 기여할 수 있을까? 인류의 역사가 국가라는 제도와
법을 통하여 평화를 이루려고 노력해 왔음을 인정한다면, 종교인들은
정치와 법의 권위를 인정하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참가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번 회의는 몇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커다란 교세를 지닌
가톨릭과 기독교의 참여가 생각보다 저조했다. 반면 신흥ㆍ민속 종교와
'영성 지도자'들이 많이 참여하였다. 이들의 참여 자체는 긍정적인
것이지만 대표성의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전세계의 종교 및 영성 지도자들이 유엔
본회의장에서 세계 평화를 주제로 회의를 가졌고, 종교인들이 세계
평화 증진에 동참하는 데 이해를 같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폐막식에서 유대교 랍비 조셉 말로바니가 말한 바대로, 참석자들은
"서로 믿는 종교와 신념은 다르지만, 떨어져 있지는 않다(Different
but not Separated)"는 점을 공감했으며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
선언서를 채택했다.
그리고 내년부터 10년간 전세계 각 지역을 돌며 지역 단위의 회의를
갖기로 했고, 그 첫번째 회의를 2001년 6월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
국가인 한반도에서 열 것을 제안했다. 이제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앞서 지적된 문제점을 되풀이하지 않고 이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하여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게 됐다. (전 불교조계종총무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