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피로
산케이신문 특집부.
『록히드 사건에 대해 범죄성 유무를 예의검토해 왔다. 검토 결과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도달, 검찰청으로서는
향후 전력을 다해 사건 규명에 노력하겠다.』
1976년 2월 일본 검찰의 이 발표는 일본 검찰이「국민의 검찰」로
태어나는 발표였다. 이후 도쿄(동경)지검 특수부는 다나까 가쿠에이
전 총리의 5억엔 수뢰 사실을 밝혀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국가
수반을 형사 소추할 수 있는 나라」라는 민주국가 이미지를 세계에
심을 수 있었고, 특수부는 일약 검찰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산케이(산경)신문 기자들로 구성된 특집취재부는 그러나「검찰의
피로」라는 책을 통해 『이제 일본 검찰은 록히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오히려 내부로부터의 붕괴가 진행되면서 검찰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취재팀은 『실제 현장에서 함께한 검찰은 체면에 얽매인 무리한
기소와 오인 체포, 오인 기소 등 잘못 가고 있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며, 이런 상황의 배경에는 인원의 절대적인 부족 검사의
자질 저하 지나친 여론 의식 법제도와 현실과의 괴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책은 기자들이 쓴 기록답게 현장 냄새가 묻어난다. 1년 가까이
신문에 연재했던 시리즈를 책으로 엮은 만큼 사건과 인물들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검사장과 교수, 공정거래위원장, 그리고
특수부에서 조사받았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도 소개하고 있다. 흔히 화두로 등장하는 「검찰과 정치인」
「돈과 검찰」「경찰과 검찰」에 관한 예리한 지적도 눈에 띈다.
저자들은 결론적으로『일본 검찰은 제도적인 피로 현상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규정하면서『최근 진행중인 일본 사법제도 개혁이 국민의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한국 검찰과 접하는 사람들은 흔히「도쿄지검 특수부」를 거론하면서
검찰의 개혁을 요구한다. 그런 시각에서 보자면 이 책이 제시하는
일본 검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우리에겐 배부른자의 고민 정도로
들리기도 한다. 일본 검찰이「정의로운 검찰」로 그런대로 인정받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