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1일 서울의대 정년퇴임..."환자 진료도 계속할것" ##
『내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가운을 입을
생각입니다.』
한국 간 연구의 거목으로 간박사로 불리는 서울의대 김정룡(65)
교수가 지난달 31일 정년퇴임 했다. 1959년 인턴을 시작으로
서울대병원에 발을 들여 놓은 지 41년 만이다. 김 교수가 퇴임하는
날인 지난달 31일에는 250여명의 환자가 몰려와 그의 마지막
진료를 아쉬워했다.
『환자들이 내 덕택에 건강하게 살게 됐다고 작별 인사를 할 때는
저도 가슴이 벅차오더군요.』
김 교수는 퇴임의 착잡한 심정을 그동안 자신을 믿고 따라준
환자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대신했다.
1970년부터 99년까지 1년이상 예약 환자 1만5390명이라는
우리나라 최다 진료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퇴임을 앞두고 환자와
일반인을 위해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간박사가 들려주는 간병
이야기」(일조각 펴냄)에 그동안의 임상경험을 모아 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환자들의 물음에 일일이 답변을 못해드린
죄송함 때문에 이 책을 썼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간염의 역사와 함께 했다. 김 교수가 간 연구에
뛰어든 1970년 초만 해도 B형 간염 보균자는 전국민 10명 중 1명 꼴이었다.
그는 71년 B형간염 표면항원을 분리해낸 데 이어 77년 B형간염 예방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83년 국산 B형간염 예방백신 「헤파박스」가 그에게
로열티를 지불하며 시판됐다. 예방백신이 보급되면서 B형간염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간경화, 간암 환자도 감소했다.
김 교수는 『이제 초등학생 이하에서는 B형간염 보균자가 1%도 채
안된다』며 『B형간염을 퇴치하는 데 공헌했다는 것이 평생을 간연구에
바친 의사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84년 「간연구소」를 설립해 국가에 기증했다.
여기에는 김 교수가 로열티로 받은 사재 32억원과 각종 기부금 등을
모아 50여억원이 쓰였다. 간연구소는 지난해 11월 C형간염을 혈청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C형간염은 전체 간염환자의 20%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퇴임 후에 대해『간연구소 소장으로서 C형간염 백신
개발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나를 필요로 하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4~5년 후면
C형간염도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 일부에서 그를 지나치게 권위적이라고 평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김 교수는 『평소 말하는 것이 직선적이고 연구 결과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라며 『퇴임식장에서 후학들에게 연구 결과에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말로 용서를 대신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요즘도 금요일 「저널 미팅」이 끝나면 인근 대학로에서
후학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토론하는 금주회를 갖는다. 아직도 폭탄주
5잔은 거뜬히 마신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전국의 애주가들이 간박사 핑계를 대고 있다』는 질문에 『간염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1주일에 1~2번은 과음해도 간에 크게 무리는 안된다.
그러나 한번 과음했으면 최소 3일은 간을 쉬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연구실 책상에는 그가 전임강사시절부터 써온 낡은
현미경이 놓여있다. 『이 현미경은 내 눈과 같은 존재였다』며 『눈이
잘 보이고 치아가 튼튼할 때 세상을 정확히 보고 자신의 목표에
매진하라』는 것이 그가 후학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간질환을 앓는 600여만명의 환자에게 도움말을 부탁하자 김 교수는
『우리 나라처럼 의사가 아닌 사람이 환자에게 약을 선물하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좋은 약을 못 쓴 것보다 나쁜 약을 한번 쓰는 것이
몸에 더 해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