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줄을 잇는 악재들에 대해 적시에 대처하지
못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고, 그 영향이 국정 전반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권은 의료계 폐업문제를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가운데, 교육부
장관을 둘러싼 도덕성 시비, 한빛은행 거액 대출사건, 민주당
당직자들의 선거사범 조사 개입 의혹 등이 잇달아 터지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도덕성 및 국정운영능력과 직결된 이들 사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정의 다른 분야들, 특히 우리 경제가 외적 호황 속에 내적
불안이 잠재된 이중구조 속에서, 기업들의 투자계획 축소 등 하반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 관계자들은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이
약이라는 듯 버티기로만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핵심당직자들의 발설로 불거진 선거사범 조사
개입의혹 문제에 대해 서영훈 대표가 당내 회의에서
'송구스럽다'고 말한 것 이외에는 29일까지 아무런 구체적 조치도
나오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조차 지도부 총사퇴 불가피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윤철상 제2사무부총장이 제출한
사표조차 수리되지 않고 있다. 당직자들은 '사퇴할 경우 여당이
책임을 인정하게 되는 모양이 되어 야당에 밀린다'는 논리를 펴면서
"야당공세에 결연하게 대처키로 했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이런 미온적 자세는 한빛은행 사건이나 교육부 장관 문제, 그리고
여타의 대형 국정현안들에 대해서도 여권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과 직결된다. 특히 정확한 상황판단에 따라
올바른 대책을 소신있게 적기에 여권 핵심부에 건의할 수 있는
보좌활동의 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도 문제 제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29일 "당이 상황인식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처럼 안이한 인식으로 질질 끌려가다
보면 작년 옷로비 사건의 재판이 되기 십상"이라고 걱정했다.
여권 내 비판론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내달 5일 유엔 새천년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기 이전에 총체적인 수습의 가닥을
잡아야지, 실기할 경우 올 정기국회 내내 국정이 표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