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결혼=은퇴' 공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주부 선수'들. 그들은 남편과 자녀 곁을 떠나
오랜 합숙훈련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메달을 위한 집념이
여전하고, 결혼이라는 또다른 '인생 경기장'에서 경험을
쌓아 이젠 원숙미와 여유까지 물씬하다.

88서울올림픽 때 여고생의 몸으로 양궁 2관왕에 올랐던
김수녕(29·예천군청)은 어느덧 다섯살난 딸과 18개월 된
아들을 둔 어머니가 됐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단체 금)을
끝으로 은퇴한 뒤 6년간의 공백을 거끈히 극복하고 다시
대표로 뽑혔다. 승부에 집착했던 예전과는 달리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즐긴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 남편과 아이들에게 값진 선물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오성옥(28·일본 이즈미)은 핸드볼서 세번째 올림픽에
나선다. 96애틀랜타 올림픽서 은메달을 따고 태극마크를
반납했다가 올해 복귀했다. 92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 때
막내였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최고참이라 책임감을
느낀다. 두 살배기 아들이 눈에 밟혀도 국가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할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주부 총잡이' 부순희(33·한빛은행)도 여섯살 사내아이를
둔 어머니다. 그동안 국제대회 7회우승에 올림픽 4회연속
출전이라는 관록을 갖고 있으면서도 올림픽 메달과 인연이
없었던 징크스를 풀 지 관심이 쏠린다. 농구의
정은순(29·삼성생명)과 전주원(28·현대)은 16년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팀의 대들보다. 마라톤의
오미자(30·익산시청), 아예 남편과 함께 출전하는 요트의
주순안(30·여수시청)도 '아줌마의 힘'을 보여줄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