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18일 현재 핵잠수함 쿠르스크호에 대한 독자적 구조활동을
사실상 포기하고, 19일 오후에나 현장에 도착할 예정인 영국 구조
잠수정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잠수함 내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러시아 총리는 『대참사가 우려되는 절망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국 해군 전문가들은 쿠르스크호의 필름을 분석한 결과, 잠수함
앞부분이 파손됐으며, 구조용 해치 2개 중 선체 앞부분 1개가 손상돼
사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손상 정도를 감안할 때, 사고 발생시
승무원의 70%가 사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들은 쿠르스크호 처리과정에서 보여준 푸틴 대통령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연일 비판을 퍼붓고 있다. 민영 NTV는 『우리 해군
병사들은 차가운 북쪽 바렌츠해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대통령은 따뜻한
흑해 바다에서 즐기고 있다』고 비꼬았다. 야당들도 『이번 사건은 푸틴
정부의 무능을 보여주는 인재』라며 포문을 열었다. 푸틴은 여러차례
해군력 강화를 부르짖었다. 그런데 쿠르스크호에는 경비절감을 이유로
예비 배터리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 푸틴의 지지도 70%를
상회했다. 그런데 지난 8일 모스크바 중심가인 푸쉬킨 광장 지하도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사건 이후, 인기가 급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쿠르스크호 사건이 발생하고, 김정일 위원장의 북한 미사일 포기 발언이
농담이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푸틴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
그동안 푸틴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이유는 혼란한 사회질서를 바로
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감과 지난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당당함 때문이었다.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서의 푸틴의 모습은
「빚 구걸자」가 아닌 「북한을 타이르고 온 국제 지도자」였다. 그런데
푸틴은 「김정일의 농담 상대자」에 불과한 존재가 돼 버리고 만 것. 한
러시아 기자는 『푸틴에 대한 신뢰는 푸쉬킨 광장과 함께 폭발했으며,
쿠르스크호와 같이 침몰했다. 그리고 이제 푸틴의 말은 농담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