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할 듯…
면회소 운영ㆍ남북간 송금 등 명확한 틀 필요 ##

남북한의 이산가족 200명이 서울과 평양에서 헤어졌던 혈육과 재회해
50여년 동안 간직해온 헤어짐의 아픔을 달랬다. 그러나 이들은 3박4일의
짧은 만남의 순간을 뒤로 하고 또다시 헤어져야만 했다. 만남은 이별을
낳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반세기 만의 만남은 짧은 행복만을
남긴 채 또 다른 이별의 아픔을 남기고 만 것이다.

1회성 방문단의 만남은 '이벤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지적 속에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해와 협력이라는 공동선언의 뜻을 반영해 정례적이고 상설화된
이산가족 만남의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러한 문제점
지적은 해결의 실마리를 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6월 30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적십자회담에서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해 운영키로 하고 그 구체적인 사항은 비전향
장기수를 9월 초 송환하는 즉시 적십자회담을 열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남북 양측은 여하튼 면회소를 설치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발걸음을 떼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단 한 번의 만남은 가슴만 아플 뿐”

물론 면회소 설치 과정에서 크고 작은 걸림돌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최근 남북간에 흐르는 화해 분위기와 공동선언을
실천하려는 양측의 의지에 비춰 합의가 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면회소 설치가 진정 우리측 뜻대로 설치 운영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6월 적십자회담 과정에서 북측은 선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주장해 이산가족 문제보다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면회소 설치가 남측의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이며 운영 방식 등도 당초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면회소가 설치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려나는
시점에서 과연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해소될 것이냐는 점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한 이산가족 상봉 주선 단체 관계자는 "일단
만나면 뭔가 주고 싶고, 주고 나면 같이 살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이산가족들의 정서"라며 "면회소가 설치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
해결의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새로운 과제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뭔가 더 큰 것을 바라는 인간의 본성이 이산가족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앞으로 이산가족 문제는 어떻게 풀려나갈 것인가.

긍정적인 조짐의 하나는 북한이 90년대 들어서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북 가족과 재남 및
해외 이산가족과의 상봉, 서신거래를 매개로 대북 지원과 달러의
북한 유입을 기도하고 있음이 직ㆍ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면회소가 설치되면 이를 매개로 북한은 일정한 '상봉
수수료'를 챙기거나 남측의 실향민이 북측 가족에게 생활자금을
지원토록 해 이들 중 일부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실
북한에 들어간 북송 재일교포들은 정착 초기에는 사상이 불온한
하류 계층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일본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송금이 허용되면서 지금 북송 재일교포는 북한 사회의 새로운 상류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남측의 이산가족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면회소가 설치되면 정기적인 만남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재북 가족에게 생활자금을 지원하려는
남측 가족의 마음은 자연스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 사회에서
사상이 불순한 계층으로 평가받아 오던 월남자 가족들이 북송
재일교포처럼 신흥 세력으로까지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 은행간 송금과 지급을 할 수 있는 명확한 틀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이산가족 개인이 대면을
통해 직접 돈을 건네는 방식으로 재북 가족을 지원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러한 방식은 제3국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북한의 가족들은 달러를 선호하고 속옷, 농자재, 의약품
등의 지원을 바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 관계자들은 좀더 확실한 재북 가족 지원을
위해서는 은행을 통한 금융거래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터넷을 통한 이산가족 상봉 주선
업체인 유니온 커뮤니티(www.unionzone.com)는 재북 가족의 생사
확인과 함께 한빛은행과 손잡고 북한 가족에 대해 1인당 연간
5000달러 한도 내에서 북측 은행으로 송금을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니온측은 북측 수취인의 희망에 따라 현지 환율에 따른
북한 돈 해당액 만큼의 식량이나 의약품, 의류, 생필품으로 바꿔
지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행 외환관리규정과 금융실명제 등으로 이산가족과 재북
가족 각각의 당사자 명의의 송금이 아닌 제3자 업체를 통한 송금
대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이 부분은 남북 양측이
공동선언 등을 통해 투자보장협정 등 교류와 관련된 각종 조치를
취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상호간 협의 과정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남북 양측은 이산가족 면회소라는 상봉의 틀에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의 일환으로 서로 도울 수 있는 체계적인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산가족의 만남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85년 고향방문단으로 북측 가족과 만났던 일평회(85년에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의 모임ㆍ회장 홍성철 전 통일부장관) 관계자는
"단 한 번의 만남은 오히려 가슴만 아플 뿐"이라며 "이제는
재결합 등을 위한 대비책들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터넷업체 연 5000달러 송금 추진

이산가족의 교류 활성화에 대비한 법적ㆍ제도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실제 사례들도 점점 늘고 있다. 북한에
부인과 아들을 남겨둔 채 월남해 다시 결혼한 뒤 자수성가한 한
실향민이 남한의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다. 북의
가족에게 줄 재산을 남쪽 아들이 가로챘다는 것. 그는 북쪽의 가족
생사를 확인한 만큼 남쪽에서 한 결혼에 대한 무효소송도 준비 중이다.

현재 소송 당사자인 실향민이 사망하고 법정대리인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여서 정확한 진의를 가릴 수 없지만 앞으로 이산가족 교류가
활성화하면 이와 유사한 문제는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법원행정처가 발행한 '북한의 가족법'에서는 이산가족에 대해
법적 접근을 시도하면서 이산가족 재결합, 상속 등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독일과 대만 등의 사례를 적시하고 있을 뿐 우리 상황에
부합하는 분명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6ㆍ25전쟁이 빚어낸 이산의 아픔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남북
양측의 이산가족 문제 해법. 단순히 이벤트성의 일회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ㆍ법적 틀을 만들어가면서 분단이 남긴 상처를
완전 치유할 수 있도록 남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바탕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오늘 점점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