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은 지금 LA에 있다. 그는 토요일인 지난
12일 부인 힐러리 여사와 딸 첼시를 데리고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LA에 도착했다.
이날 낮 LA 근교에서 리차드 리오던 시장과 함께 골프를 쳤고,
저녁엔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에서 『공화당이
오늘날의 번영을 우연이라고 하는데, 그 많은(2200만)
일자리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가』라며, 자신의 경제치적을
자랑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LA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보다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그는 12일 기자들이
「앨 고어 후보가 당신의 LA 활동을 우려하고 있다는데…」라고
묻자 『전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부인하기 바빴다.
「모금의 귀재」로 알려진 테리 맥콜리페 민주당 대회의장은
「LA에서 클린턴과 힐러리마저 모금에 나서는 바람에 고어가
타격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번
행사의 주인은 앨 고어다』라며, 다소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힐러리 여사도 당초 클린턴이 연설하는 전당대회 첫날(14일)이
아니라 둘쨋날(15일)에 연설, 혼자 「소포트라이트(Spotlight)」를
받기를 희망했으나 고어 측의 반발로 다시 클린턴과 함께 첫날
연설하는 것으로 후퇴했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선 그의 화려한 정치 인생 중 이런 대접이
아마 처음 당하는 일인지 모른다. 전당대회를 나흘여 앞둔 지난
10일에는 시카고의 목회자 집회에서 자존심을 접고 섹스스캔들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공화당의 12년
집권을 막은 민주당의 최대 공로자였지만, 지금은 정권재창출의
「제물 」로 변해가는 느낌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14일 저녁 전당대회 연설 후 다음날 비행기로
미시간으로 가서 고어 후보에게 「당권이양」을 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된다. LA의 클린턴은 「권불십년 」이란 말을
새삼 연상케 해준다.
( 강효상 워싱턴특파원 hskang@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