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1시30분쯤 사회부로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A판사의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주민등록번호까지 불러주며 신원을
밝혔다. 전화 속의 목소리는 울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판사인 남편을 고발하고 법관들이 정의 속에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간밤에 남편과 B부장판사 등 10명이 단란주점에서 여자들이 춤을 추고
스트립쇼를 하는 가운데 술을 마시며 즐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의 양심과
판단으로 언론보도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했다. 다음은 그가 1시간 동안
기자에게 고백한 내용이다.

『저는 남편을 파면시키고 싶은 생각도 이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두
돌이 지난 아이를 두고 있는 평범한 판사의 아내입니다. 다만 판사부인이기
전에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남편을 고발합니다. 그동안 법대로 심판하는
남편을 믿고 존경해 왔지만, 남편이 불법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배석판사인 남편은 4일 밤 B부장판사를 포함해 직원들과
함께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아가씨들이 스트립쇼를 하는 등 불법
영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이 불법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것을
심판해야 할 판사들이 이들과 똑같이 접대받고 술을 마실 수는 없습니다.

남편이 법관으로 법대로 심판을 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사라졌습니다. 이
사회에서 존경받을 만한 법관들이 해야 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관들이 타락하면 이 사회는 갈 곳이 없다는 판단에서 남편을 언론에
고발합니다. 저의 행동으로 B부장 판사와 합석한 다른 분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남편이 스스로 그 자리를 물러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남편은 내일 사직서를 내고 법관임을 포기할
것입니다.』

'혹시 감정이 복받쳐 일시적으로 한 말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 기자는 그녀의
말이 끝난 후 A판사와 통화했다. 기자는 『부인이 상당히 흥분한 것 같다.
부인과 좀더 대화를 나눠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A판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저도 책임을 지고 사법부를 떠나겠습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눴지만 아내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었고, 법관으로서 저의 행동을 더 이상 용서받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사법부를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은 법관으로 불법적인
접대를 받고, 단란주점에서 불법행위를 즐겼다는 데 책임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법관으로서
품위를 잃은 행동을 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법부를 떠나겠습니다.』

A판사 부인은 5일 오전 두 차례 더 전화를 걸어와 4일 나눈 얘기에 대해
남편과 법관들의 행태를 언론에 공개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그리고
남편이 이날 사직서를 냈지만 B부장판사가 「휴가를 다녀오라. 사표를
반려하겠다」며 집으로 찾아와 설득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B부장판사는 『A판사와 술을 마신 것과 그날 밤 있었던 일은 모두
사실이다』며 『사법부 개혁차원서 필요하다면 언론의 지적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A판사는 임관한지 2년차로 근무지가 첫 부임지이며, 부인은 독실한 신앙인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