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업체로부터 세금감면 청탁과 함께 2억5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자민련 김범명 전 의원이 지난달 말 중국으로 도주,
검찰의 중요 피의자 관리와 수사망에 허점이 드러났다.

김 전 의원은 지난달 27일 검찰의 1차 소환에 불응한 뒤, 다음날인
28일 김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자진출석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1차 소환 불응 직후에 출금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지만, 수사 초기 기초적인 조치인 출국금지를 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2차 소환을 통보하는 등 출국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과 관련, 중요 피의자의 신병관리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고속철도 로비스트 최만석씨 미국 도주, 사기범 변인호씨 형집행정지
중 도주, 대법원 유죄확정 판결 직전 도주한 박병일 전 의원 사건에
이어 발생해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다.

고속철 로비의혹의 중심인물로 지목됐던 최씨의 경우엔 출금조치가
된 상태에서도 위조여권으로 도주, 수사를 미궁에 빠뜨렸다. 변씨는
구속 후 형집행정지 기간 중에 병원에서 도주해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의 경우엔 실형 확정이 유력시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도주후 검찰과 법원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경우.
이밖에 세풍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은 98년
검찰 수사 초기 미국으로 도주, 범죄인 인도가 추진되고 있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출국금지가 남발돼서도 안 되지만, 도피
우려가 있으면 수사초기에 출금조치하는 것이 원칙으로 지켜져야
한다』며 『최근에는 중요 피의자들이 도주 등으로 수사망을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