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과 사회는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치나...대중운동으로 확산 ##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일까? 산업혁명이 방적기계의
발명에서 시작된 이후 철도와 자동차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에 이르는
과학기술상의 발명이 현대사회를 변화시킨 원동력으로 작용했음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영향력을 과신한 나머지 기술 발전을 독립변수로
보고 기술이 인류사회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술결정론에 빠지게 된다. 과연 기술은 인류에게 '멋진
신세계'를 만들어줄 것인가? 체르노빌 원전 사건이나 지구 온난화
현상은 기술이 남용될 때 어떤 부작용이 초래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술사회학은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해명할 뿐 아니라,
역으로 사회가 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해명하는 학문이다. 지금까지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는 기술을 외생 변수로 간주했다. 기술을
주어진 것, 즉 블랙박스로 간주한 채 다른 현상들만을 연구한
것이다. 그러나 기술사회학은 기술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특정
기술이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개발되고 어떤 성격을 지닌 것인가를
연구한다. 또한 동일한 기술도 사회적 조건에 따라 상이한 형태로
구체화될 수 있다고 본다.
서구사회에서 기술사회학의 구체적 움직임은 '네오 슘페터리안(neo-Schumpeterian)' 학파부터 시작됐다.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시작된
이 학파는 슘페터 이론의 재해석에 기반하여 기술을 중심에 놓고
현대사회의 변동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변동을
40-50년을 주기로 하는 기술의 장기파동에 따라 설명하려고 했던
시도가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파동론은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술의 출현을
사회변동의 독립변수로 본다는 점에서 기술결정론으로 흐를
가능성을 여전히 지니고 있었다.
기술사회학의 대표적 이론으로 자리잡은 '사회적 구성주의'
(social constructionism)가 인식론적으로 기여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이다. 에딘버러 대학과 바스 대학 등 영국 대학들에서
출발하여 유럽,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발전해 온 사회적 구성주의는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학문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있다. 기술과 사회를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치면서
함께 형성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사회적
구성주의는 상대주의적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 행위자 연결망 이론,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 등 다양한
형태의 이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사회학은 이론적, 방법론적 논의에만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사회학은 기술과 연관된 현대 사회의 여러 주제들에
경험적으로 적용되면서 풍부한 연구성과를 산출하고 있다.
첫째, 기술사회학은 현대사회의 조직, 그중에서도 가장 역동적
부분인 기업조직이 어떻게 변화되는가에 주목한다. 기업조직은
자동화, 정보화와 관련하여 수직적 위계서열에서 수평적 네트워크로
변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권한의 하부이양도 진행되고 있다.
둘째, 기술사회학은 혁신체제(innovation system)라는 관점에서
국가, 지역 수준의 발전에도 주목한다. 국가, 지역 수준의 발전은
기술혁신의 주체인 기업뿐 아니라 이를 촉진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즉 정부, 대학, 연구소, 시민단체 등과의 밀접한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다.
셋째, 기술사회학은 전자 주민카드, 유전자 복제 등 신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현안에도 적극적 관심을 보인다. 과학기술 운동을
표방하는 시민단체들은 인간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기술적
현안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적 행동을 통해 그것을 저지하고 교정하는 데
개입해 왔다.
기술사회학은 21세기 들어 더욱 급속히 발전해 갈 과학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보다 많은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학기술 대중운동의 영역으로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 조형제·울산대교수ㆍ기술사회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