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 ‘항명 파동’이 커지고 있다. 강운태 이강래 정범구 의원은 2일 당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국 국무성 초청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고, 이로 인해 민주당은 4일 열기로 했던 국회 본회의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불가능해지자 3일 이후 국회는 공전시키기로 했다.
◆ 세 의원 출국
세 의원은 2일 오후 4시40분 김포공항에서 미국 워싱턴을 향해 떠났다. 출발 직전 이들은 ‘미 국무성 초청 의원외교 활동을 떠나며’라는 성명을 보좌진에 맡겼다. 세 의원은 성명에서 “이번 국무성 초청 여야의원 9명의 방미 활동은 오래 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것”이라며 “약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현실에서 야당의 극한 반대 속에 더 이상 여당만의 단독국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소신과 또 현실적으로 (단독국회가) 불가능하다는 상황인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이번 출국에 대해 “당 지도부에 대한 쿠데타”라고 말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도 미국 도착 후 즉시 귀국시킬 것이라는 당 방침에 대해 “미국이 제주도냐”고 반문했다. 이들 의원은 떠나기 전 “20일까지 돌아오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당황하는 당 지도부
세 의원의 돌연한 항명에 민주당 지도부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 이들을 만류해왔던 김옥두 사무총장과 정균환 원내총무는 침통한 표정이었다.
김 총장은 이날 오후 세 의원의 출국 소식을 접하곤 “나가지 말라고까지 얘기했는데…”라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박병석 대변인도 “징계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곧바로 돌아오지 않으면 정말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관계자들은 김덕배 대표비서실장이 공항에 전화까지 걸었음에도 응답조차 하지 않은 세 의원의 행동을 두고 “집권당에서 상상조차 못할 일이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 의원총회의 엇갈린 분위기
당 지도부의 감정은 오후 8시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드러났다. 서영훈 대표는 “세 명이 외국에 나간 것은 기강의 문제로, 유감”이라며 “앞으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하며 문책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균환 총무는 “섭섭하다”며 “국회가 어려울 때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논의가 세 의원에 대한 ‘문책’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박인상 의원이 발언을 자청, “한나라당도 4명이나 갔다는데, 어차피 나간 사람들에 대해 문책이니 뭐니 왈가왈부하지 말고 돌아온 후에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도 “(회의를) 그만 끝내”라고 외치자, 정 총무는 “아까 한 말은 문책하자는 뜻이 아니라, 섭섭하다는 뜻”이라며 의총을 서둘러 끝냈다.
지도부의 격앙된 표정과 달리 일부 의원은 사석에서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 의원은 “단독국회에 집착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누구는 해외에서 불러들이더니…”라며 “이번 여름은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 비서실에서도 이들의 출국 직후 회의가 열려 심각하게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