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일부 지역의 의사들이 의약분업이 시행되는 8월1일부터
폐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함에 따라 의약분업이 시행 초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은 폐업을 하지 않은 병·의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데다, 처방약이 비치되지 않은 약국들이 많아 약까지
구하러 돌아다녀야 하는 이중의 불편을 겪어야 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많은 대형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의 파업으로 외래진료와
수술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환자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 의약분업 제대로 될까 =31일 현재 전국 1만7434개 약국 중 처방전
준비가 완료된 약국은 46.4%인 6556곳.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
울산은 20.8%, 대전은 27.6%, 충북은 28%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 약포장기도 갖춘 곳이 드물어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이보다 더 큰 걸림돌은 폐업 강행을 주장하는 의사들로, 이들은
대부분 의약분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현재의
약사법 체제와 의보수가로는 문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여러 투쟁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의약분업의
미래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 의료계 내분으로 국민만 멍든다 =의협 상임이사회는 의약분업
계도기간 1개월 연장, 의약협력위 의사위주 구성 등의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가 15일까지 응답하지 않으면 재폐업에 들어간다는 조건부
폐업안을 내세워 1일부터 파업하자는 의쟁투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집단사퇴를 불사하겠다는 상임이사회와 초강경 투쟁노선을 고집하는
의쟁투 사이의 이같은 내부 갈등은 의협과 의쟁투 지도부의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협상력 없는 의협의 조직 체계와
내부 갈등이 의료계 재폐업을 또다시 불렀다는 지적이 많다.
◆ 짜증나는 시민들 =전공의 파업이 3일째 지속, 외래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예약환자나 특진환자를 제외하고는 발길을 돌리고 있다.
또 병원마다 수술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북대는 수술건수가 하루 50건에서 10건 이하로 줄었고, 대구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입원환자가 800명에서 600명으로 줄어들었다.
고대 안암병원에 어머니가 입원중인 송미옥(35·회사원)씨는 『지난번
폐업 때 고생한 기억이 나는데 또 폐업이라니 분통이 터진다』며
『의사들이 툭하면 파업, 폐업을 거듭하니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 이윤정 간사는
『임의조제·대체조제 문제를 약사법 개정을 통해 고쳤는데도
개원의들이 반발하는 것은 결국 수입감소에 따른 집단이기주의』라며
『이를 구실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폐업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