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변의 조선족 문단이 한 시인의 발굴로 흥분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1918년 태어나 광복 직전인 45년 8월8일, 스물 일곱의 나이로 죽은 심련수. 이번에 새롭게 조명된 그의 유고는 시 300여 편, 일기 1년분, 기행문 1편, 편지 200여 통, 평론 1편, 만필과 소설 7편, 미완성 소설 1편과 현지 ‘만선일보’에 발표한 시 5편이다.
중국 연변 인민출판사는 광복 기념으로 발간하는 총 30권 분량의 ‘20세기 중국조선족
문학사료집’에서, 심련수의 유고를 모아 제 1권을 내기로 했다.
그간 심련수 문학이 조명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의 일본 유학경력
때문에 중국 문화대혁명 때 박해를 받았던 가족들이 유고의 존재 자체를
숨겨왔기 때문.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호전되자 둘째 동생
심호수(78) 씨가 항아리 속에 넣어 땅 밑에 파묻었던 유고를 다시 꺼내
연변 '문학과 예술' 출판사에 알려 빛을 보게 된 것이다.
현지 문단은 "1940년대 문학사가 결코 암흑기가 아니었음이 이번
심련수 문학의 발굴로 입증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남성적인 힘을
모더니즘적 성향의 시어로 빼어나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
김용운 편집위원은 "심련수 시의 특징은 유연성과 거창성"이라며
"간도문학의 경우 향수와 조국애, 민족적 정서가 시의 주조였는데, 이번
심련수의 유작에서는 모더니즘 경향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변 현지에서는 시인 윤동주와의 비교도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윤동주보다 1년 연하인 심련수는 용정에서 비슷한 시기에
중학교를 다녔고, 광복 직전에 유명을 달리한 일, 유작이 나중에 빛을
보게 된 일 등 공통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유고를 검토한 문학평론가 임헌영 중앙대 교수는 "일본 유학 이후
모더니즘의 세례를 받은 작품들은 윤동주 못지 않게 우수하다"며
"역사적 격변과 부담이 주는 충격을 미학적인 위안으로 치유해 냈다"고
평했다. 21세기 중국조선족 문학사료집 제 1집 심련수 편은 8월17일
연변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질 예정이다.
▲심련수는
1918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6세때 독립운동가인 삼촌을
따라 온가족이 블라디 보스톡으로 이주했고, 열 일곱 때 윤동주가
활동했던 중국 용정으로 다시 이사하면서 용정 소학교로 진학한다.
용정 동흥중학교 시절때는 당시 교무주임의 부인이었던 소설가
강경애와도 가까이 지냈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 일본대학 예술학원
창작과에서 공부했으며, 졸업 직후 2차세계대전이 터지자 귀국,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한다. 45년 8월8일 피란 중에 왕청현에서
일본군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