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을 이끄는 둥젠화 행정수반에게 7월은 매우 잔인한 달이었다.
1997년 7월1일 영국의 식민통치를 종식하고 중국으로의 주권을 회복한
이후 3년간 홍콩은 당초 우려와 달리 비교적 순항해왔다. 이에 따라
둥젠화는 자신의 통치력에 대해 홍콩인들로부터 박수와 칭찬을 받기를
내심 기대해왔으나 실제 돌아온 것은 비판과 원성뿐이었다.
주권회복 기념일을 전후해 노동운동가 교사 의사 유주택자
친민주인사 학생 노인등 사회 각계각층 사람들이 연일 거리로
몰려나와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력을 비판했다. 기념일은 성토일로
바뀌어버리고 축하무드는 김이 샜다. 7월9일에는 1만명 이상되는
공무원들까지 거리로 나와 둥젠화 수반이 추진하는 공무원개혁안에 대한
반대시위를 벌였다. 작년 이맘때 50% 정도의 지지율을 보였던 그의
인기도는 38%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둥젠화 측근들이 둥에 대한 여론조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스캔들까지 불거져 나와 더욱 시끄럽게 하고 있다. 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홍콩대학의 로버트 청교수가 지난 7일 홍콩신문에
『둥수반진영에서 여론조사결과에 불만을 갖고 제3자를 통해 압력을
가해왔다』고 밝힘에따라 알려진 이 사건은 결국 둥수반의 개인비서격인
앤드류 로(특별보좌역)가 홍콩대학 및 중문대학 간부들을 만나 불만을
토로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비록 둥의 직접 개입까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둥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고 말았다. 신문들은 『대학의
자유와 공정성, 사실을 훼손시키는 행위』로 몰아 비판했다.
7월 하순 들어서까지 홍콩 언론과 민주단체들이 집요하게 둥수반과
여론조사 스캔들을 물고 늘어지자 베이징정부도 사태를 심각하게
보기 시작했다. 물론 베이징 지도부는 홍콩의 안정을 유지해온 둥의
통치력을 높이 평가해 어떻게 해서든지 그에 대한 「힘실어주기」를
하려고 하고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둥수반은 중국 지도부로부터 절대적인 신임과 지지를
얻고 있으나 정작 홍콩내에선 일부 측근과 친중-재계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부터 사실상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둥수반에게 홍콩인들이 이렇게 손가락질 하는 데 대해 홍콩사람들은 첫째
이유가 둥 자신의 문제라고 말한다. 둥 스스로가 현장을 누비고 대화하며
아픈 곳을 긁어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뒷짐지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가부장적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매스컴과도 별로 접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의회격인 입법회의
의원(60명)들도 거의 만나지 않고 지낸다. 둥에게 비판적인 민주당 당수
마틴 리는 『그를 언제 만났는 지 기억이 안난다』고 말하고있으며, 둥과
동지격이었던 친중계 자유당이나 민건련(민건련)인사들까지 고개를
돌리고 있다. 홍콩인들은 이런 둥의 스타일에 대해 『베이징
지도부에게는 아첨하면서 홍콩인들에게는 거만하게 대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홍콩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화와 자문의 부족을 지적했다. 어떤 일을
추진해나가면서 사전에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조율하는 것이
행정의 ABC인데 둥은 소수의 자기 측근들과 상의해 결정하고 이를
밀어부치는 행정스타일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정의 주체인 공무원들까지 소외감을 느끼고 수수방관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1국2체제 시스템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정치적 입김은 가급적
배제하고 국제상업도시로 계속 발전시키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홍콩의 헌법격인 기본법(Basic Law)을 보면 홍콩은 행정수반이 상당한
실권을 갖고 운영하는 체제다.
문제는 행정수반이 외형상 모든 국정을 의회격인 입법회의와 상의해 결정하도록 돼있는 점이다. 쉽게 말해
행정수반은 사사건건 의회를 설득해야하지만 실제로는 교섭보다 자기
직권에 의지하게 되며, 의회는 실권없이 명목상의 자문이나 해주는
국정참여에 대해 불만을 갖게됐다는 것이다. 입법회의 소식통은
『삼권분립의 형태는 갖추고 있으나 우리 의원들은 마치 대륙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원들처럼 고무도장이나 다름없다』고 한탄했다.
행정부 대 입법부 갈등뿐아니라 행정부내 둥측근과 일반 공무원들과의
갈등, 나아가 둥진영과 일반인들과의 갈등은 단기간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에서 갓 일탈한 중국이 배후에서
리드하는 시스템과 분위기가 일순에 바뀌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홍콩에서는 둥의 리더십과 역량을 놓고 계속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둥젠화 수반의 행정스타일을 놓고
홍콩사람들은 "홍콩은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조금씩 중국화되고
있다"고들 말하고 있다.